윤증현 금융감독위원장이 보험업계와의 간담회에서 또 다시 2단계 방카슈랑스 연기 가능성을 시사,주목을 끌고 있다.

금융계에서는 특히 이를 계기로 최근 급속히 진행되고 있는 은행의 "2금융권 영토확장"에 제동이 걸리는게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수익증권 판매,방카슈랑스,신용카드 등 전방위로 펼쳐지고 있는 은행의 영역확대로 해당 2금융권 회사들이 겪는 위기감에 금융당국이 주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2단계 방카슈랑스의 핵심인 자동차보험에 대해서는 시행연기를 주장하는 손보사들의 목소리가 점점 힘을 얻어가는 형국이다.

◆보험사들의 주장

보험사들은 내년 4월부터 자동차보험과 개인 보장성보험까지 은행에서 팔게 되면 보험사들은 집단 고사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특히 자동차보험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손보업계의 위기감이 심하다.

손보사들은 자동차보험을 은행에서 팔면 1년 안에 시장의 35%를 은행이 점유할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에 제휴 보험사를 맘대로 고를 수 있는 데다 고객에게 보험 권유도 용이한 은행의 우월적 지위까지 감안하면 보험업계의 경영난은 예상외로 심각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만약 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이 높아지면 보험사들은 살기 위해서라도 가격경쟁에 나설 수밖에 없다.

대형사들은 직판체제를 통해 싼 가격에 보험상품을 판매하고 중소형사들도 출혈경쟁에 나서게 돼 업계 전체의 수익성이 악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중소형사들의 고민은 특히 심하다.

지난 3월 현재 상위 5개 손보사들은 최소 11개 은행과 상품 판매에 관한 제휴를 맺었다.

반면 하위 5개사들은 제휴를 맺은 은행이 하나도 없거나 최대 2개 은행과 제휴를 맺는 데 그쳤다.

대리점 체제의 붕괴에 모집인들의 대량 실직도 2단계 도입 연기를 주장하는 이유다.

손보업계에서는 2단계 방카슈랑스가 예정대로 시행될 경우 1년 안에 설계사의 30%인 3만명 이상이 실직할 것으로 보고 있다.

생보업계에서도 5만∼6만명가량의 모집인이 생계를 위협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은행들의 입장

은행들은 "보험사들의 주장은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에도 이미 제기됐던 문제"라며 예정대로 시행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은행들은 중소형 보험사의 경영난 우려에 대해 "은행에서 한 보험사의 상품을 50% 이상 팔지 못하게 규정한 49%룰을 지키면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일축하고 있다.

모집인의 대량 실직 우려에 대해서도 은행 내 보험모집 업무에 종사하는 직원 수를 제한하고 있는 데다 은행 영업점 외부 영업은 금지돼 있는 등 대책은 이미 마련돼 있다고 주장한다.

한 은행 관계자는 "이미 4∼5년 전에 똑같은 문제가 제기됐는 데도 보험사들은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았다"며 "또 3년을 연장하다고 해도 무슨 대책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관심을 끄는 정부의 태도

이에 대해 정부는 아직 명확한 입장 표명을 유보하고 있다.

다만 그 동안에 비해서는 보험업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듯한 분위기다.

윤증현 금감위원장은 이날 보험사 사장단 간담회에서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려면 당초 일정대로 내년 4월 시행해야겠지만 업계의 애로도 충분히 검토하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재경부 관계자도 "아직 공식적인 입장 변화는 없고 그 문제에 대해서는 특별히 검토한 바도 없다"며 "현재 입장은 스케줄대로 시행한다는 것이지만 금융감독원에서 필요하다고 건의가 오면 그때 가서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

하영춘·박준동 기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