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줄지어 서서 먹는 식당의 음식은 대부분 자극적이다.


그런 식당에서 쓰는 재료나 만드는 과정 등을 알게 되면 다시는 쳐다보지 않게 된다.


'몸'을 위한 게 아니라 '입'만을 위해 조리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대치사거리에 위치한 '고메홈'은 철저히 몸을 생각한 음식을 내는 곳이다.


1988년에 시작했으니 벌써 햇수로만 16년째다.


'고메홈'이란 불어로 미식가를 뜻하는 'gourmet'('구르메'로 발음한다)와 'home'(집)을 합친 말이다.


대충 '미식가의 집'으로 해석된다.


이 집 음식은 '약선(藥膳)요리'로 불린다.


약선요리란 모든 요리에 조금씩이라도 한약재가 들어가고(藥),양념이나 장을 잘 쓰지 않으면서 재료 자체로 만드는 음식(膳)이란 뜻이다.


주인인 박희자 소장(59)은 예전에 돈을 벌기 위해 갈비집을 열었다가 사용되는 양념을 보고 '이래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으로 몸에 좋은 음식을 만드는 데 열중했다.


이후 본초강목 등을 공부해 약선요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현재 식당과 함께 음식연구소를 운영하는 것도 그 이유다.


음식 맛은 전혀 자극적이지 않고 밋밋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하지만 한약냄새는 전혀 나지 않으며 음미할수록 깊은 맛이 우러난다.


인기 메뉴인 '구선왕도고 스프'는 9가지 약재로 만들었는데 고소하고 담백하다.


'수삼샐러드'는 수삼을 갈아서 만든 소스를 얹었다.


차림상은 4차례 바뀐다.


샐러드류 다음에는 약재인 하수오를 넣어 만든 버섯전골과 약선잡채,단호박과 전 등이 나온다.


매실김치와 양지육수에 오이를 넣어 만든 '오이찬국'이 반찬으로 깔린다.


이어 메인메뉴로 설탕 대신 유자청에 재운 갈비구이와 결명자 소스로 만든 황태구이가 서비스된다.


입에 착 맞는 음식을 찾는 사람은 맞지 않을 수 있지만 깔끔한 맛으로는 손색이 없다.


식사로 대나무통밥이 나온다.


꼬들꼬들한 밥이 독특하면서 맛깔스럽다.


향미가 일품인 '국화차'를 옆에 둬 음식 나오는 사이사이 즐길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대부분 코스메뉴로 점심 때는 가격이 2만2천원.저녁에는 진 8만2천원,선 5만3천원,미 3만5천원이다.


부가세가 10% 붙는다. 무료 주차.(02)568-4594∼5


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