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그들을 '프리터(freeter)'라 부른다.

'자유(Free)'에 '근로자'라는 독일어 아르바이터(Arbeiter)를 붙여 만든 합성어.

일정한 직업없이 아르바이트로 살아가는 젊은층을 일컫는 말이다.

취업난의 그늘에서 등장한 신(新)청년층.

하지만 누군들 '번듯한 취직'을 꿈꾸지 않으랴.

냉혹한 취업시장에서 한발 물러선 '생계형 아르바이터'에게 아르바이트는 '나가면 얼어죽고 안나가면 굶어죽을' 상황에서 택하는 차선책일 뿐이다.

프리터 2년차 김승민씨(26).

낮에는 서울 여의도에 있는 중소 무역회사에서 사무 보조 아르바이트로 일하고 밤에는 집에서 온라인 사이트 콘텐츠 입력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렇게 버는 돈은 한달에 1백여만원.

"프리터족이라면 왠지 자유롭고 그럴듯하게 들리잖아요. 웃겨요. 누구라고 안정을 원하지 않겠어요? 내일을 몰라 불안한데."

지난 99년 상고를 나와 직장생활을 하던 김씨는 2001년 다시 대학(서일대학 전자학과)에 들어가 2003년 졸업했다.

처음에는 취업문을 두드렸다.

이력서를 낸 것만도 수십번.

누구였던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던 사람이.

웃기는 소리.

세상은 험하고 할 일은 없었다.

"가고 싶은 곳은 많았지만 오라는 곳은 없었어요. 고등학교 졸업하고 취직할 때만 해도 일자리가 이렇게 없진 않았는데. 대학을 졸업하고 나니 상황이 완전히 달라졌더군요."

그나마 부모님덕에 먹고사는 걱정은 없으니 감사할 일.

그래도 내 벌이는 하고자 아르바이트 생활을 택했다.

6시에 칼 같이 퇴근하면 프랑스어 학원에서 프랑스어를 배우고 요가도 배운다.

"어렵사리 취업을 했다가도 마음고생 끝에 그만둔 친구들도 부지기수예요. 그런 생각하면 마음도 편하고 시간 활용도 자유로운 이 생활이 장점도 없진 않죠."

내년 2월 졸업을 앞둔 안양대 4학년 고충영씨(24ㆍ무역유통학과)는 압구정동에 있는 커피하우스 '그루'에서 아르바이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11시까지 12시간 근무.

서빙부터 재고관리, 구매, 점포관리도 돕는다.

일주일에 5일을 꼬박 나가고 주말에 짬짬이 아르바이트를 하면 한 달에 1백만원 이상은 손에 쥔다.

공사장 아르바이트, 백화점 보안요원….

아르바이트 경험만해도 수십여가지.

안해본 일이 없다.

몸이 천근 만근인 날도 쉬기가 어렵다.

'알바'의 숙명.

그래도 열심히만 찾으면 의외로 자리는 많다.

뭐,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12억원을 모았다는 사람도 있잖은가.

"취업할 생각은 접었어요. 부모님이야 걱정하시지만. 솔직히 요즘 직장인들도 하루하루가 불안하다면서요."

좁디 좁은 취업문을 비집고 적성에도 안맞는 업체에 들어가서 부품처럼 소모되며 사느니 아르바이트로 길을 찾아보겠다는 생각.

"아르바이트지만 정말 내 일처럼 하려고 해요. 거창하게 말하자면 현장경영을 배우는 거니까요. 손님들도 다양해서 얻어 듣는 정보도 많고요. 열심히 배워서 레스토랑을 열고 싶어요."

고씨는 말한다.

"정치인들은 경제가 어렵지 않다고 자꾸 말하는데 젊은이들이 느끼는 살벌함은 상상 이상이에요. 일하고 싶은 젊은이들이 열심히 일하고, 꿈을 꺾지 않아도 되는 나라가 됐으면 좋겠어요."

'나랏님'에게 섭섭한 젊은이들이 늘어만 가는 대한민국.

김씨도 고씨도 왜 사냐건, 그냥 웃고 만다.

김혜수 기자 dear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