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는 고유가가 미국 경제에 주는 타격은 예전보다 훨씬 작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히려 인플레가 안정된 상태여서 금리 인상 속도를 늦추는 요인으로 작용,결과적으로 경기를 자극하는 간접적인 요인이라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뉴욕타임스는 지난 30년간 세 차례 있었던 오일 쇼크와 달리 이번 유가 급등이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훨씬 작다고 21일 보도했다.

이 신문에 따르면 미국 경제가 예전보다 20% 이상 에너지 효율적으로 바뀐 데다 인플레가 안정돼 있는 게 그 같은 차이를 가능케 만든 요인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원유값이 급등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휘발유 소비자 가격은 별다른 변화가 없다.

소비자들이 의아해할 정도다.

고주파경제연구소의 이안 세퍼드슨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원유값이 배럴당 48달러를 유지하더라도 휘발유 소비자가격은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난 5월의 2달러6센트(갤런당 평균가격)를 10센트 이상 초과하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정유소에서 휘발유 생산을 늘렸고 재고도 증가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소비도 유가상승에 즉각적인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6월 한 때 부진했다가 7월에 다시 0.8% 증가하는 탄력을 보여줬다.

뉴욕타임스는 유가상승으로 인한 소비부진이 크지 않음에 따라 경제성장률 하향 수정도 소폭에 그치고 있다고 전했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이 30명의 분석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하반기 성장률 전망치는 4.1%에서 3.8%로,내년 전망치는 3.9%에서 3.7%로 소폭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7월 소비자물가가 1년 전에 비해 3% 오르는 데 그치는 등 인플레 안정이 유가 상승의 파장을 최소화하는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보통의 경우 유가가 급등하면 인플레를 잡기 위해 금리를 신속하게 올린다.

이것이 경기 침체를 몰고온다.

전문가들은 이번에는 인플레 안정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단기금리를 급하게 올리지 않아도 되는 여유를 갖게 됐고,장기 금리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기 때문에 유가상승에도 불구하고 경기둔화를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밝혔다.

리먼 브러더스의 미국 경제담당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이탄 해리스는 "과거의 오일쇼크는 경제에 큰 충격을 주는 강 펀치였지만 지금은 작은 잽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다만 현재의 고유가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 난방유 가격이 올라 세입자나 집주인 모두에게 비용부담을 누증시키고 그로 인해 소비행태에도 영향을 줄 가능성이 크다고 이 신문은 지적했다. 또한 천연가스 같은 다른 에너지 가격 상승을 부추겨 재앙을 초래할 소지는 여전하다고 덧붙였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