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은행의 콜금리 인하조치에 맞춰 시중은행이 예금금리를 0.2~0.25%포인트 내린 결과 1년짜리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연 3.6% 수준으로 떨어졌다.

1천만원을 맡겨봤자 1년간 세금(16.5%) 떼고 실제 손에 쥐는 이자는 30만원에 그친다.

물가상승률을 제외한 실질금리로 따지면 은행에 예금하면 '손해'를 보는 셈이다.

은행예금이 재테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까지 나올 정도다.

특히 이자로 생계를 꾸려가는 퇴직자 등의 수입은 더욱 줄어들게 됐다.

그렇다고 원금까지 날릴 수 있는 주식이나 펀드에 투자하자니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빠르게 내리고 있는 반면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이어서 고객의 불만은 이래저래 높아만 가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이런 때일수록 예금고객은 이자를 한푼이라도 더 받을 수 있는 예금 상품을 고르고 대출고객은 금리를 깎아달라고 은행에 요구하고나 저금리 대출 상품으로 갈아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 특판예금을 활용

시중은행의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가 영업점장 전결 기준으로 연 3%대 중반으로 떨어졌지만 연 4% 이상의 금리를 받을 수 있는 상품이 적지 않다.

은행이 예금금리를 인하한 뒤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후속조치로 일종의 '미끼상품'을 경쟁적으로 내놓고 있기 때문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과 적금금리를 0.2∼0.3%포인트 인하하면서도 기준금리보다 0.5%포인트를 덧붙여 연 4.1%를 제공하는 1년 만기의 '파워맞춤정기예금'을 1조원 한도로 판매하기 시작했다.

신한은행은 이와 별도로 지난 17일 1백억원을 한도로 최고금리가 연 4.1%인 1년 만기 인터넷 공동구매 정기예금 상품도 내놨다.

제일은행도 기준금리보다 0.2%포인트가 높은 연 4.1%와 4.2%의 금리를 각각 지급하는 퍼스트 정기예금과 더블플러스통장 예금을 5천억원 한도로 이달말까지 판매한다.

특히 더블플러스통장은 예치기간에 사고가 발생하면 예금 원리금에 추가로 최고 10억원의 보험금까지 지급받을 수 있다.

최저 가입금액은 2천만원 이상이다.

하나은행은 1억원 이상은 연 4.1%, 1억원 미만은 연 4.0%의 금리를 지급하는 특판상품인 기쁜날 정기예금을 판매하고 있다.

농협 역시 금리가 연 4.3% 전후인 1년 만기 특판정기예금을 각 단위 농협에서 판매하고 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행에 돈을 맡길 때 고금리 특판예금이 있는 지를 반드시 확인하고 그렇지 않을 경우 최대한 높은 금리를 적용해달라고 요구하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은행마다 영업점장 전결로 0.2∼0.4%포인트의 우대금리를 적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 대출금리 깎아달라고 요구해야

은행이 예금금리는 빠르게 내리고 있지만 대출금리 인하에는 소극적이자 고객의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재테크 전문가들은 "은행이 금리를 내릴 때까지 기다리지 말고 금리인하 요구권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금리인하 요구권은 말 그대로 신용대출을 받은 후 자신의 신용상태가 좋아졌을 경우 상환일 전이라도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은행과 보험회사들은 지난해 6월부터 금리인하 요구권을 대출약정서에 반영, 시행하고 있다.

금리 인하 요구가 받아들여지면 신용등급별로 연 0.5∼3.0%포인트까지 금리인하 혜택을 볼 수 있다.

실제 국민은행에서 3천만원의 신용대출을 받고 있는 회사원 김모씨(40)는 최근 대출금리를 2% 포인트 낮춰 연간 60만원의 이자를 절약하게 됐다.

금리인하 요구권을 활용한 덕분이다.

김씨는 승진으로 연봉이 높아졌다는 증빙서류 등을 들고 은행직원과의 상담 끝에 개인신용평가시스템(CSS) 등급을 5등급에서 3등급으로 올리는데 성공한 것이다.

홍석철 국민은행 리테일상품팀장은 "작년 시행초기에는 홍보 부족으로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해온 고객이 별로 없었으나 올들어서는 증빙서류를 들고와 금리를 깎아달라고 요구하는 고객이 부쩍 늘어났다"고 말했다.

물론 모든 대출에 금리인하 요구권이 적용되지는 않는다.

만기 일시상환 방식의 가계 신용대출이 주된 대상이며 부동산담보대출이나 전문직대출, 우량업체 임직원대출 등은 제외된다.

금리인하 신청은 통상 신규대출을 받거나 대출을 연장한 날로부터 3개월 후부터 가능하다.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하려면 연소득 및 직위상승, 전문자격증(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변리사) 취득 등 일정한 요건이 필요하다.

장진모 기자 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