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가 외국인 매수와 금리인하 효과등에 힘입어 이달 들어 세계 주요 시장 가운데 가장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한국 경제 및 시장이 구조상 세계 IT경기와 유가 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는만큼 이같은 '탈동조화' 흐름은 곧 한계를 맞게 될 것으로 예상했다.

◆ 글로벌 약세장서 7% 상승..세계 1위 23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들어 지난 20일까지 거래소와 코스닥을 비롯한 46개 세계 주요 시장의 등락률을 조사한 결과, 거래소의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가 각각 7.11%, 5.86%로 1, 2위에 올랐다.

이같은 상승률은 3위 대만(3.73%)의 두 배에 가까운 것이며 이 기간 46개 시장 중 미국의 다우존스 및 나스닥, 일본, 중국 등 32개 시장이 하락한 사실을 감안할 때 매우 두드러진 '독주'다.

특히 세계 증시 흐름을 주도하는 미국의 다우존스와 나스닥 지수는 같은 기간 0.8%, 3.57% 떨어져 한국과 미국의 '탈동조화' 경향도 뚜렷했다.

이밖에 영국(FTSE100; -1.14%), 프랑스(CAC40; -2.82%), 중국(상하이; -3.30%), 일본(닛케이225; -3.86%), 독일(DAX; -4.43%) 등도 모두 약세를 면치 못했다.

반면 한국, 대만과 함께 브라질(2.68%), 러시아(1.37%), 홍콩(1.04%) 등은 선전했다.

콜금리 인하가 전격 발표된 지난 12일 이후의 지수 추이만을 살펴보면, 종합주가지수와 코스닥지수는 12일부터 20일까지 각각 4.59%, 3.82% 올라 브라질(6.33%)과대만(4.76%)에 이어 3~4위를 기록하고 있다.

◆ "나홀로 강세 오래 못 가" 의견 우세 전문가들은 이같은 한국 시장의 '나홀로 강세'가 예상 밖의 강한 외국인 매수세덕분이라고 입을 모았다.

실제로 외국인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20일까지 총 1조492억원어치의 주식은 순매수하며 지수를 끌어올렸다.

또 이같은 외국인 매수의 배경으로는 저가 메리트와 내수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 그리고 이 기대에 에 더욱 불을 지핀 콜금리 인하 조치 등이 거론되고 있다.

정태욱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무엇보다 한국시장이 미국 등에 앞서 많이 떨어진 상태였다"고 지적하면서 "이같은 낙폭과대로 인해 저가 메리트가 부각된데다 내수 바닥에 대한 인식 등이 고개를 들면서 외국인들이 포트폴리오상 그동안 많이 낮췄던 한국주식에 대한 비중을 원상태로 복원하는 중"이라고 분석했다.

외국인들이 그동안 내수 회복 부진과 중국의 경착륙에 대한 우려로 한국 주식을많이 팔았으나 5월께부터 지표상 다소나마 소비회복 조짐이 보이고 금리인하로 정부까지 경기부양에 나서자 다시 예전 수준까지 채워넣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종우 한화증권 리서치센터장도 "가장 큰 부담이었던 내수 불안이 금리 인하조치로 많이 완화되면서 한국 시장이 외국인을 비롯한 투자자들의 주목을 끌고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미국 등 해외 증시 회복이 불투명하고 고유가 상태가 지속되는데다 내수회복세 역시 아직 뚜렷하지 않은만큼 한국증시만의 랠리는 곧 한계에 부딪힐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이 센터장은 "IT경기 전망이 부정적이고 고유가 상황이 지속되고 있어 미국 증시는 당분간 의미있는 상승세 전환이 어려울 것"이라며 "한국 역시 이달말까지 800선 돌파를 한 차례 시도할 후 반등세가 꺾이고 미국 등 해외증시와 보조를 맞출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정 본부장 역시 "외국인 수급에 기댄 탈동조화와 단기반등은 이제 거의 막바지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면서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IT경기 바닥론 등은 근거가없으며 경제 전반의 기초여건(펀더멘털)상 변화가 아직 눈에 띄지 않는만큼 주가도 더 이상의 반등이나 추세적 상승은 기대하기 힘들다"고 전망했다.

박해순 대투증권 연구위원도 "최근 나타나고 있는 한국과 미국 증시의 탈동조화현상이 이어지기 위해서는 반드시 외국인의 매수세가 뒷받침돼야한다"고 전제하면서"그러나 현재 신흥시장 또는 아시아태평양 뮤추얼 펀드로의 자금 유입이 눈에 띄지않는데다 미국의 단계적 금리 인상과 한국 내수 부진 등으로 '캐리 트레이드' 성격의 자금조차 기대하기 힘든 상황인만큼 지속적인 외국인 매수세 및 국내 증시의 탈동조화 가능성은 낮다"고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김문성.신호경기자 shk99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