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떨어지고..넘어지고..주저앉고..' '신화의 땅' 아테네를 환하게 비출 것으로 기대를 모았던 월드스타들이 23일(이하 한국시간) 아테네올림픽 결전의 순간에 약속이나 한듯 동반 몰락의 길을 걸었다.

'체조여왕' 스베틀라나 호르키나(러시아), '철의 여인' 폴라 래드클리프(영국),'허들의 여제' 게일 디버스(미국)는 세계적인 기량을 미처 발휘해보지도 못한 채 어처구니없는 실수와 뼈아픈 부상, 페이스 조절 실패 속에 쓸쓸히 영광의 뒤안길로 뒤돌아섰다.

'봉의 여왕'으로 불리며 이단평행봉 만큼은 경쟁자들의 추격을 불허했던 호르키나는 그토록 자신있던 주 종목에서 '원숭이가 나무에서 떨어지는' 실수를 범하고 말았다.

여자 기계체조 예선, 단체, 개인종합에서 한번도 이단평행봉 1위를 내주지 않았던 호르키나는 이날 이단평행봉 결승에서 봉이 손에서 빠져나가며 매트를 깔아놓은바닥으로 떨어지는 망신을 당했다.

호르키나의 결승 점수는 8.925점으로 전체 8명 중 최하위. 뛸 때마다 기록을 갈아치워온 래드클리프는 지나친 자신감이 화를 자초했다.

래드클리프는 35℃의 무더위 속에 펼쳐진 여자 마라톤 레이스에서 초반 10㎞까지 오버페이스를 한 바람에 36㎞ 지점에서 아테네의 더위와 오르막을 견뎌내지 못하고 눈물을 떨군 채 뜨거운 아스팔트 위에 주저앉았다.

크로스컨트리로 몸을 단련해온 래드클리프는 멀찌감치 달아나는 우승자 노구치미즈키(일본)를 바라보며 다시 한번 힘을 내봤지만 다리가 말을 듣지 않았고 울분을참지 못한 듯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37세의 베테랑으로 5번째 올림픽 도전에서 100m 허들 만큼은 꼭 제패하겠다고공언했던 디버스는 첫번째 허들을 넘기도 전에 테이핑을 하고 나온 왼쪽 발목을 움켜쥐며 트랙에 나동그라졌다.

'원조 인간탄환' 모리스 그린(미국)은 최선의 레이스를 펼쳤지만 초반 아차 하는 순간에 내준 간발의 격차를 따라잡지 못하고 100분의 2초 차로 8살 어린 후배 저스틴 게이틀린(미국)에게 100m 우승의 영예를 내줬다.

그린은 레이스 직후 "나는 반드시 다시 돌아온다.
여전히 내가 세상에서 가장빠르다는 것을 증명해 보이겠다"며 변명아닌 변명을 늘어놓았지만 게이틀린은 이미그의 앞을 지나쳐 전세계 취재진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었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oakchu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