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차의 자존심인 재규어 자동차가 최근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새로 출시한 '뉴 XJ 롱 휠 베이스(Long Wheel Base)' 시승행사를 가졌다.

세계 각국 언론을 대상으로 시승행사를 갖기는 4~5년만에 처음이라는 설명에 재규어가 뉴 XJ 롱 휠 베이스에 거는 기대를 짐작할만 했다.

재규어 뉴 XJ 롱 휠 베이스는 기존 XJ 모델의 강점인 알루미늄 차체와 날렵한 디자인은 그대로 유지하면서 뒷좌석의 편의성을 최대한 높인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앞바퀴와 뒷바퀴 사이가 길어져 롱 휠 베이스라 부르지만 특히 집중적으로 늘어난 곳은 뒷좌석 실내공간이다.

즉 B필라(앞문과 뒷문 사이의 차체 프레임)와 C필라(뒷유리를 고정시키는 프레임) 사이의 길이를 12.5cm 늘렸고 천장 높이도 7mm 높이는 등 뒷좌석의 안락함과 편의성을 최대한 배려했다.

앞좌석 등받이 뒷부분에 붙어 있는 접이식 테이블은 노트북을 올려 놓고 쓸 수 있을 정도로 실용적이다.

또 앞좌석 머리받이(헤드 레스트) 뒷부분에 부착된 6.5인치 LCD 모니터와 뒷좌석 가운데 팔걸이에 달린 각종 멀티미디어 조절 버튼,두개의 헤드폰 사용이 가능한 오디오 시스템 등은 '홈시어터'를 방불케할 정도여서 뒷자리 승객이 운행 중에 TV,DVD,MP3 등을 맘껏 즐길 수 있도록 배려했다.

호두나무 소재와 가죽으로 이뤄진 실내장식은 수작업으로 제작해 고급스러움을 느낄 수 있었다.

차체는 길어졌지만 알루미늄 소재를 채택해 무게는 24kg 늘어나는데 그쳤다.

V8 3.5 엔진(3천5백cc)과 V8 4.2 엔진(4천2백cc) 등 두가지 모델에 6단 자동 변속기를 채택해 ℓ당 10.2km(V8 3.5 엔진 기준)의 연비를 나타내고 있다.

본격적인 시승을 위해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출발해 금문교를 건너 페탈루마 지역까지 시골길을 달려봤다.

유난히도 많은 언덕과 구불구불한 도로가 많은 지역이었지만 부드러운 엔진소리와 함께 미끄러지듯 앞으로 달려가는 승차감이 매우 인상적이었다.

전자 제어식 서스펜션(CATS)이 주행 속도와 상황을 감지,차 높이를 조절해주고 있어 다이내믹한 주행 성능과 안정적인 핸들링을 제공했다.

동급 차종 가운데 회전반경이 가장 작은 차답게 S자형 커브와 고갯길을 시속 1백km 이상으로 달려도 안정감을 느낄 수 있었다.

가속페달을 밟을 때 느껴지는 순간 가속력은 엔진의 파워를 느끼게 했다.

정지상태에서 시속 60마일(96km)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6.3초(V8 4.2 엔진 기준)에 불과했다.

뉴 XJ 롱 휠 베이스가 기존 XJ에 비해 뒷좌석 편의성을 높이는데 초점을 두긴 했지만 그래도 재규어라는 브랜드는 직접 핸들을 잡고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만끽하도록 제작하는 게 제품 컨셉트임을 확인하는 순간이다.

재규어의 디자인 담당 이사인 이안 칼럼은 "차체의 길이를 연장해 뒷좌석 승객에게 최고의 승차감을 제공하면서도 기존 XJ의 스타일과 느낌 성능을 그대로 살린 뉴 XJ 롱 휠 베이스는 재규어 역사상 가장 큰 차"라고 밝혔다.

지난 5월 뉴욕 국제모터쇼에서 첫선을 보인 이 모델은 오는 10월 국내에 출시될 예정이다.

국내 판매가격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지만 경쟁차종인 BMW 760Li나 벤츠 S600에 비해 합리적인 선에서 결정될 예정이라고 재규어코리아측은 밝혔다.

샌프란시스코=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