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득ㆍ등록세 세율 인하->자치단체 조례 개정 통한 감면' '최고 3배 오른 재산세 부과완료->사상 초유의 소급감면 속출' '내년 신설되는 종합부동산세 과세대상 최소화'….

지방재정의 근간인 부동산세금 정책이 흔들리고 있다.

면밀한 사전 검토 없이 '부동산 보유세 인상, 거래세 인하' 정책을 서둘러 추진했다가 지방자치단체와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히는 양상이다.

실제 건물분 세금인 재산세는 4개월 이상 조세저항에 시달리고 있고 부동산 투기억제를 위한 '보도(寶刀'로 여겨졌던 종합부동산세는 시행도 되기 전에 유명무실한 제도로 전락할 위기다.

조세 전문가와 지자체 세제담당자들은 "지난해 과열된 부동산시장을 잡기 위해 보유세 강화를 추진하면서 과세기준 등 제도에 대한 정교한 조정이 없었던게 반발을 불러온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다시 내수시장이 위축되자 거래세 세율 등을 낮추겠다고 나섰으나 이제는 지자체가 재정에 구멍이 날 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 계속되는 재산세 반발

지난 8월초 납부기한이 지났음에도 불구, 재산세 파동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아파트 재산세 인상률 1위를 기록했던 양천구를 비롯 성동구 영등포구 용산구 중구 등 5개 자치구가 납부된 재산세 20% 이상을 소급해서 되돌려 주기로 결의했다.

이어 동대문구는 24일 구의회를 열어 15% 소급감면안을 통과시킬 예정이다.

재산세 소급감면은 수도권으로 확산되는 추세다.

성남에 이어 과천 용인 구리 등이 재산세 소급감면에 나서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집값이 가장 많이 오른 강남구와 서초구 등이 탄력세율 조항을 이용해 사전에 재산세를 20∼30% 내리면서 상대적으로 재산세를 더 많이 내게 된 다른 자치구 주민들이 뒤늦게 반발하는 양상"이라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집값이 같은데도 건축연도 건축물구조 등에 따라 재산세가 크게 차이 나다 보니 형평성을 문제 삼는 민원인이 많다고 전했다.

조세연구원 안종석 연구위원은 "원래 국내 재산세는 매매가격이 아닌 건축비 등 순수 건물가치를 기준으로 해왔으나 올해 시세를 일부 반영하는 과정에서 세금시스템이 정교하게 짜여지지 않은 것 같다"며 "시세로 할 바에는 장기적으로 재산세와 종토세를 합치는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했다.

◆ 방향 못 잡는 거래세와 종합부동산세

취득ㆍ등록세 인하는 광역단체의 반대에 부딪히고 있다.

보유세와 달리 취득ㆍ등록세는 16개 시도 세금이다.

재정부는 당초 부동산 거래세 인하 방침에 따라 공격적인 세율 인하를 계획했었다.

그러나 "지방재정이 엉망 된다"는 지자체 반발이 나오자 '내년 부동산 실거래가 신고와 함께 세율 인하'로 바뀌더니 지금은 '지자체 조례개정을 통한 감면'으로 후퇴한 상태다.

이렇게 되면 광역단체가 실정에 맞게 취득ㆍ등록세 인하를 자율조정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지자체 세제담당자들은 재산세 반발 말고도 핵심 정책당국이 지방세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 혼선을 불러일으킨 요인이라고 강조했다.

예컨대 취득ㆍ등록세가 지방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작년 기준)에 달하는 반면 재산세와 종토세 비중은 8%에 불과해 보유세 인상를 믿고 취득ㆍ등록세를 대폭 인하할 경우 지방재정에 구멍이 생긴다는 주장이다.

내년 실거래가 신고가 의무화돼 개인간 거래신고금액이 지금의 2배 이상으로 올라가더라도 개인간 거래세 비중은 40%에 불과해 일률적인 세율인하는 쉽지 않은 구조라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서울시 재무국 관계자는 "취득ㆍ등록세 세율을 인하하려면 국세인 소득세와 소비세 등의 일부를 지방으로 이전하는 보전대책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부동산 투기억제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추진됐던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지자체는 "지방분권에 역행하는 세금"이라고 주장한다.

시ㆍ군ㆍ구청장협의회는 "지금도 지방재정이 취약한 상태에서 전형적인 지방세인 부동산세의 일부를 국세로 전환하겠다는 것은 지자체에 대한 중앙정부의 개입 여지를 넓히겠다는 구상"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는 10만여명으로 계획했던 과세 대상을 최소화하기로 하기로 해 종부세는 사실상 위력을 잃은 것으로 예상된다.

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