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하이 인근 쿤산시에서 제화업체 '선화'를 경영하고 있는 소재웅 사장.

중국 사업 13년째인 그는 중국 비즈니스를 묻는 질문에 '격세지감(隔世之感)'이라는 한마디로 답한다.

지난 91년과 지금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게 바뀌었다는 얘기다.

진출 당시 직원 월급은 1인당 평균 2백70위안.

가르치고 또 가르쳐도 불량품이 많이 나왔다.

게다가 일부 직원들이 퇴근하면서 몸에 신발을 숨기고 나가는 터라 분실이 이만저만 아니었다.

신발 2~3켤레만 가지고 나가면 월급보다 많았던 시절이었다.

지금은 오히려 직원들을 떠받들어야 할 처지다.

쿤산지역 젊은이들이 대도시 상하이로 몰리면서 직원 구하기가 예전처럼 쉽지 않기 때문이다.

구인공고만 나면 구직자들이 회사 정문 앞에 장사진을 치는 일은 빛 바랜 사진첩에서나 볼 수 있는 광경이다.

지방정부의 대우도 눈에 띄게 달라졌다.

선화는 지난 94년 2천5백만달러를 수출, 쿤산시 제1위 수출업체로 지정되기도 했다.

소 사장은 95년 '쿤산시 명예시민증'을 받았다.

시(市)정부 행사가 있으면 외국인대표 자격으로 인사말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쿤산시에 첨단 고부가가치 업체들이 몰려들면서 전통산업이었던 신발은 뒤로 물러나야 할 처지다.

정부관계자들은 오히려 공장을 다른 곳으로 옮겨줬으면 하는 눈치다.

어지간한 민원은 미리 알고 처리해 주던 지방정부 관리들도 왠지 차갑게 느껴진단다.

소 사장은 인건비 맞추기도 쉽지 않아 이참에 공장이전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그러나 예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게 한가지 있다고 소 사장은 말한다.

바로 기술이다.

'1~2년 앞을 내다보고 새로운 디자인을 개발하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엄연한 현실은 13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는 진리다.

소 사장은 자신의 사무실 바로 옆에 기술개발실을 두고 디자인개발을 독려하고 있다.

서울에서 7명의 1급 디자이너들을 불러 최고급 대우를 해주고 있다.

매출액의 10% 안팎을 디자인 개발에 투입하고 있다.

아직도 하루 1만8천켤레를 만들어 수출할 수 있는 힘이다.

소 사장은 "중국은 아직도 전통산업 분야에서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는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며 "문제는 급변하고 있는 비즈니스 환경에 얼마나 빨리 자기혁신을 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고 강조했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