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해보험협회가 23일 드디어 신임 회장을 뽑았다.

지난 1991년 보험감독원장을 지냈던 안공혁씨다.

원래 누군가 새로운 자리를 맡게 되면 축하인사부터 건네는 게 우리네 미덕이다.

하지만 안 신임 회장에게는 '축하인사'에 앞서 '안됐다'는 말부터 나오게 된다.

손해보험업계의 대변자로서 그가 풀어야 할 숙제가 너무도 많고 어려워 보이기 때문이다.

요즘 손보업계 사람들을 만나면 한결같이 "죽느냐 사느냐의 기로에 서있다"고 말한다.

내년 4월로 예정된 2단계 방카슈랑스를 두고 하는 얘기다.

"방카슈랑스 2단계가 도입되면 중소형사들은 무더기 도산이 불가피하다"는게 손보업계의 주장이다.

실제로 지난 3월 현재 상위 5개 손보사들은 최소 11개 은행과 상품 판매에 관한 제휴를 맺었다.

반면 하위 5개사들은 제휴를 맺은 은행이 하나도 없거나 최대 2개 은행과 제휴를 맺는데 그쳤다. 유통망(제휴은행)을 확보하지 못한 중소형 보험사들의 경영위기가 우려되는 대목이다.

보험대리점과 보험설계사 등 기존 모집조직의 붕괴와 실업증가도 손보업계가 해결해야 할 문제다.

손보업계는 은행의 자동차보험 시장점유율이 30%대로 올라서면 3만명의 설계사가 일자리를 잃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런 업계의 실정을 어떻게 정부 정책에 반영되도록 하느냐가 안 신임 회장에게 주어진 당면 과제다.

이 과제는 안 신임 회장이 풀어야 할 또 하나의 숙제와도 맞물려 있다.

그 과제란 협회 직원들과의 신뢰회복이다.

협회 직원들은 전임 회장의 자질 문제를 제기해 물러나게끔 한 '쿠데타' 전력이 있다.

신임 회장이 이처럼 강성인 직원들의 신뢰를 얻는 방법은 하나다.

손보업계가 짊어진 문제를 풀어내는 능력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야만 손보협회 직원들의 쿠데타가 '의미있는 쿠데타'로 평가받을 수 있다.

최철규 금융부 기자 gra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