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거래신고제는 서민용 소형 아파트값만 떨어뜨렸다.'


전용면적 18평 이하 규모의 서민용 소형 아파트가 주택거래신고제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신고 대상에서 제외돼 신고제가 시행되면 반사이익을 볼 것이라는 당초 예상과는 달리 다가구 보유자들의 '선(先) 처분'과 '갈아타기' 매물까지 쏟아지면서 가격 하락 폭이 중대형을 크게 앞지르고 있다.



◆가격 하락 폭 중대형의 1∼2.5배에 달해


23일 중개업계와 부동산정보 제공업체에 따르면 주태거래신고제로 거래 부진이 장기화되면서 소형 평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 폭이 커지고 있다.


부동산114가 최근 2개월간의 가격 변화를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서울 강남·강동·송파구와 성남시 분당구 등 1차 신고제 대상 4개 지역의 24평형(전용면적 18평) 이하와 24평형 초과 아파트간의 하락률 격차가 최소 1배에서 최대 2.5배가량 벌어지고 있다.


송파구의 경우 최근 2개월간 24평형 이하 소형 아파트값은 6.29%나 떨어진 반면 24평형 초과 아파트는 2.46% 하락에 그쳤다.


하락률 격차가 2.5배를 웃돌았다.


강남구에서도 소평 평형은 2.64% 하락,1.88% 떨어진 24평형 초과 평형대를 크게 웃돌았다.


강동구와 분당구에서도 이들 평형간 가격 낙폭이 각각 -6.29% 대 -2.46%,-1.86% 대 -0.77%로 큰 격차를 보였다.


◆소형 평형 우선 처분에 갈아타기 수요 등 악재 겹쳐


중대형 아파트에 비해 소형 아파트의 낙폭이 큰 것은 다가구 보유자들이 양도세 중과 부담을 피하기 위해 소형 아파트부터 우선적으로 처분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일부 지역에서는 신규 단지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갈아타기 매물까지 나와 소형 아파트의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고 있다.


강남구에서는 다가구 보유자들의 소형 평형 선처분이 가격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


강남구 수서동 신동아아파트 21평형의 경우 신고제 시행 이후 가격이 평균적으로 5천만∼6천만원가량 떨어져 현재 2억4천만∼2억6천만원에 매물이 나와 있다.


인근 삼성아파트 31평형이나 한아름아파트 46평형도 5천만원가량 가격이 빠졌지만 하락률에서는 배 이상 차이를 보이고 있다.


강동구도 소형 평형을 중심으로 평당 1천만원선이 무너졌다.


배재 현대와 아남아파트 22평형은 올들어 3천만∼4천만원가량 떨어지면서 평당 가격이 1천만원에 못미치는 1억8천만∼2억2천만원선 매물이 나오지만 거래는 찾아보기 힘들다.


인근 신동아 45평형도 7천만원가량 하락했지만 여전히 평당 1천만원 이상인 5억6천만∼6억8천만원대를 유지,낙폭이 소형 평형에 비해 훨씬 작았다.


수서동 하나공인 홍종탁 사장은 "내년부터 실시되는 양도세 중과를 피하기 위해 다가구 보유자들이 소형 평형을 먼저 처분하면서 급전이 필요한 서민들까지 울며겨자먹기식으로 가격을 낮추고 있어 가격 하락 속도가 가파르다"며 "하지만 실수요자라면 오히려 지금이 매입 적기가 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분당구의 경우 강남권과 달리 신규 입주 수요가 소형 평형의 가격 약세를 주도하고 있다.


용인 죽전지구의 입주가 시작되면서 새 아파트로 이사하려는 실거주자들이 매물을 내놓으면서 24평형 이하 소형 평형의 가격이 평균 2천만∼3천만원가량 빠졌다.


하지만 일부 급매를 제외하고는 거래가 없어 새 아파트 입주를 앞둔 수요자들이 오도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야탑동 로열공인 관계자는 "죽전의 30평형대 이상으로 이사를 가기 위해 소형 아파트를 내놓은 실소유자들이 적지 않지만 처분을 못해 잔금 연체료를 물어야 할 상황"이라며 "신고제로 거래가 얼어붙으면서 오히려 집 한 채 갖고 있는 서민들이 더 큰 피해를 입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형호 기자 chs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