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계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는 23일 내놓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가 2ㆍ4분기에 수출호조에 힘입어 5.5% 성장했으나 중국의 경기 냉각과 IT(정보기술) 수출 둔화, 고유가 등 외부환경의 악화로 인해 경기사이클상 정점을 지나 하강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모건스탠리는 자신들의 분석대로 한국 경제가 이미 2ㆍ4분기에 정점을 지났다면 이는 경기순환상 바닥에서 고점까지의 기간이 4분기에 불과한 것으로 직전 경기순환에서의 5분기나 1981∼2001년 사이 평균 9분기에 비해 짧아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경기상승기가 단축되는 것은 제조업 분야의 중국 이전에 따른 것이라고 모건스탠리는 분석했다.
제조업 분야의 공동화 현상으로 인해 수출 호조가 더 이상 내수 경기로 확산되지 못해 경제 성장세가 지속되기 힘든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모건스탠리는 또 "경기 둔화와 물가상승이 함께 진행되고 있으며 금리 인하 조치로 물가상승 위험이 더 커졌다"며 한국이 스태그플레이션에 직면하고 있다는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또 오일쇼크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금리를 추가로 인하하는 것은 위험하다고 경고했다.
UBS증권도 이날 보고서를 통해 "최근 나온 경제지표들에 비춰볼 때 한국의 경제성장률은 하반기 들어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2ㆍ4분기 성장률이 전년 동기 대비 높은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경제가 모멘텀을 잃고 있다"고 지적했다.
UBS증권은 "소비가 3ㆍ4분기에는 기술적 반등을 할 것이지만 이는 '가짜 회복(false start)'으로 증명될 것"이라며 "4ㆍ4분기에는 수출둔화의 영향으로 실업이 늘어나고 가계수입 증가율은 둔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내 증권사들도 '2분기 정점론'에 가세했다.
현대증권은 "2ㆍ4분기 5.5% 성장은 취약한 성장 정체 국면을 보여주는 것"이라며 "하반기 들어선 수출둔화와 고유가, 미국경기 위축 등으로 경기가 더욱 위축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때문에 한국 경제는 3ㆍ4분기와 4ㆍ4분기에 5.2%, 4.8%씩 성장해 2ㆍ4분기(5.5%)보다 성장률이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증권은 이에 따라 향후 정부의 경기 부양정책이 더욱 강화되고 4ㆍ4분기중 콜금리가 추가로 인하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했다.
삼성증권도 올해 분기별 성장률 정점 시기를 기존의 3ㆍ4분기에서 2ㆍ4분기로 수정하고 3ㆍ4분기 GDP 성장률 전망치도 5.6%에서 5.4%로 소폭 낮췄다.
김동윤 기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