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과 노동부가 23일 공무원노조법안을 올 하반기 정기국회에서 통과시키겠다고 발표한 것은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고 있는 세계적인 추세와 국민 인식 변화 등을 고려한 것이다.

특히 사실상 '공무원 노조'라고 할 수 있는 전국공무원노동조합과 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 등의 단체가 활동하고 있는 상황에서 더이상 공무원 노조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다는 현실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공노측은 단체행동권(파업)을 배제한 정부안에 강력 반발하면서 총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입법과정에서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 단결권ㆍ단체교섭권 인정하되 단체행동권은 금지 =정부가 단체행동권을 인정하지 않기로 한 것은 일반 기업과는 달리 공무원이 파업할 경우 대국민 행정서비스 중단 등 국가 기능 마비 등이 우려되기 때문이다.

정부는 단체교섭권에 있어서도 사용자측과의 교섭사항은 보수와 복지 등 근무조건을 대상으로 제한하고 정책결정에 영향을 주는 사항이나 인사권 등에 관한 사항은 제외하기로 했다.

또 교섭 행위는 인정하되 법령과 조례, 예산과 직접 연관되는 협약체결은 효력을 인정하지 않기로 했다.

이는 각 기관별로 임금인상안에 합의를 하더라도 공무원의 특성상 임금을 인상하기 위해서는 법령을 고쳐야 한다는 현실을 고려해서다.

아울러 정부는 일반 사업장 노조처럼 각종 선거에서 노조측 입장을 표명할 경우 정치적인 문제로 불거질 수 있다는 점에서 공무원노조의 정치활동도 엄격히 금지했다.

◆ 공무원단체 반발로 향후 충돌 우려 =정부가 내놓은 법안에 대해 대표적인 공무원단체인 전공노는 노동 3권 가운데 단체행동권과 단체교섭권이 빠진 졸속 법안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정용해 전공노 대변인은 "정부가 단체행동권을 제한한데 이어 단체교섭 및 협약체결의 대상을 법령이나 조례, 예산과 관련되지 않는 내용으로 제한한 것은 사실상 단체교섭권까지 인정하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정부 법안이 국회 상임위에 상정돼 통과될 경우 노조원 찬반 투표를 거쳐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다는 내부 방침을 정했다"면서 "아울러 20여명 의원들의 동의를 얻어 노조 입장을 담은 공무원노조 법안을 의원입법 형태로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부는 공무원 단체측에 최대한 협조를 구하면서 법안은 반드시 통과시킨다는 입장이어서 향후 공무원 단체와의 충돌이 예상된다.

특히 10만여명의 공무원으로 구성된 전공노가 총파업을 계획하고 있다는 점에서 물리적 충돌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이와 관련, 이해찬 국무총리는 이날 오전 총리실 확대간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공무원은 근로 조건중 가장 중요한 '신분'과 '정년'이 보장된 직업인"이라며 "불법행위를 하는 것을 용서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이강진 총리 공보수석이 전했다.

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