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설비 투자를 기피하면서 은행들이 기업에 빌려준 산업대출금 가운데 시설자금의 비중이 외환위기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또 건설업과 도ㆍ소매업 등 내수 업종에 대한 대출금 증가폭도 작년 같은 기간의 10∼20% 수준으로 뚝 떨어졌다.

23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04년 상반기중 예금은행의 산업별 대출금 동향'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시설자금 대출잔액은 작년 말보다 2.0% 늘어난 59조3천2백49억원으로 집계됐다.

반면 전체 예금은행의 산업대출금 총잔액은 작년 말보다 3.9% 늘어난 2백95조6천7백5억원을 기록, 산업대출금 총액에서 시설자금 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20.1%로 외환위기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시설자금 대출금 비중은 2002년 상반기중 21.4%였으나 작년 상반기 20.6%, 하반기 20.4% 등으로 계속 하락하는 추세다.

시설자금 대출 부진은 경기침체로 기업들이 설비 투자에 나서지 않고 있는데다 은행들도 일부 우량기업을 제외하고는 기업 대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으로 한은은 분석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기업 대출을 기피하고 가계 대출에 적극 나서면서 6월말 현재 산업대출금 비중은 52.7%로 작년말 대비 0.2%포인트 하락한 반면 가계대출금 비중은 47.3%로 높아졌다.

전체 대출금에서 차지하는 가계대출금 비중은 지난 98년 말 24%였지만 매년 급증세를 보이며 작년말에는 47.1%까지 늘었다.

김용준 기자 juny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