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퇴직연금제 도입을 서두르기로 한 것은 연봉제 확산과 장기 불황에 따른 기업 부실 급증 등으로 현행 퇴직금 제도만으로는 근로자의 노후생활 안정을 보장할 수 없다는 상황인식에서 비롯됐다.

노동부에 따르면 종업원 5인 이상 기업의 절반가량이 만성 적자 등으로 퇴직금을 제대로 주지 못하고 있는게 사실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기업들이 매년 근로자의 퇴직금을 적립, 연금 형태로 지급하는 퇴직연금제를 도입함으로써 근로자의 수급권을 보호하고 노후 소득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영계는 기업 부담을 오히려 증가시킬수 있다는 점을 들어, 노동계는 퇴직금의 불안정성 등을 이유로 모두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어 향후 입법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 확정급여형과 확정기여형 =정부는 각 사업장의 여건과 노사의 선호가 다른 점 등을 감안해 현행 퇴직금제와 병행해 퇴직연금제를 도입키로 했다.

퇴직연금의 형태는 확정급여형(DB형)과 확정기여형(DC형) 등 두 가지를 모두 도입, 노사 합의에 의해 선택하도록 했다.

확정급여형은 향후 근로자가 받을 연금액이 사전에 확정되며 사용자의 적립 부담은 적립금 운용 결과에 따라 변동되는 퇴직연금제다.

기금 운영이 좋지 않으면 사용자는 손해분만큼 보전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따라서 확정급여형은 경영이 안정적이고 지급능력이 높은 대기업에 적합하다.

확정기여형은 근로자가 자신의 계좌를 갖고 스스로 적립금을 운용하는 것으로 사용자의 부담금은 사전에 확정된다.

근로자의 연금 급여는 운용 수익에 따라 변동된다.

예컨대 근로자가 기금을 주식에 투자해 손해를 봤다면 퇴직연금 액수는 줄어든다.

확정기여형의 경우 주택 구입, 부양가족 장기 요양, 일정기간 실직 등 목돈 수요가 있으면 퇴직적립금을 중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이와 함께 근로자들의 평균 근속연수가 5.6년에 불과한 점을 감안, 직장을 옮겨도 퇴직금을 누적ㆍ통산할 수 있도록 개인퇴직계좌(IRA) 제도를 도입했다.

경영이 불안정한 기업과 자체 퇴직연금제도를 설계하기 어려운 중소기업, 연봉제를 실시하며 매년 퇴직금 중간정산을 실시하는 기업, 직장 이동이 빈번한 근로자에게 유리한 제도다.

◆ 어떻게 운영되나 =퇴직연금 적립금은 사용자가 금융회사와 위탁계약을 맺어 관리 운용하며, 해당 금융회사는 노사 합의로 선정토록 했다.

적립금 관리는 근로자의 수급권 보호를 위해 사용자가 근로자를 수익자로 하는 신탁계약과, 사용자가 근로자를 피보험자로 해 계약을 체결하는 보험계약 방식으로 제한한다.

적립금 운용은 은행 증권 보험 자산운영회사 등 다양한 금융회사의 참여를 허용해 선택의 기회를 보장하되 재무건전성 등 일정한 요건을 갖춘 회사에만 허용, 수익성과 안전성을 도모키로 했다.

연금 급여 수급자격은 국민연금 수급연령(2033년부터 65세)과 기업의 정년 규정(약 56세) 등을 감안, 55세 이상에 가입기간 10년 이상인 퇴직자로 정했다.

연금 급여는 규약이 정하는 바에 따라 5년 이상 분할 지급하며 일시금도 선택할 수 있다.

◆ 노사 모두 반발 =노동부는 관계 부처 및 관련 단체의 의견을 수렴한 뒤 올 정기국회에 관련 법안을 상정할 방침이다.

그러나 노동계는 퇴직금의 불안정성과 영세 사업장이나 비정규직 노동자 소외, 노동자 개인의 투자에 따른 위험성 등을 이유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경영계 역시 퇴직연금제도는 기업 부담을 증가시켜 기업의 대외경쟁력 약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거부 반응을 보이고 있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