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에 공적자금 64조원이 투입됐지만 부동산 및 카드대출을 빼놓고 은행들이 한 일이 뭐가 있습니까.

은행 위주의 금융정책으로는 실물경제가 회복되지 않습니다."

홍성일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23일 본지와 단독 인터뷰를 갖고 국내 금융산업이 지나치게 은행권 위주로 재편되는 사실을 강력히 비판했다.

홍 사장은 "은행들이 금융자산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지만 기업대출을 줄이는 등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며 "정부도 은행 위주의 정책을 바꿔 자본시장을 키워야 실물경제로 자금이 흘러들어갈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금융계 대표들이 정부에 대해 할 말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는 쓴소리도 했다.

홍 사장은 "한국투자증권과 대한투자증권 매각 등 투신사 구조조정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투신사 매각이 효과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증권 및 투신업계를 키워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은행은 확정금리 상품과 실적배당 상품을 다 취급할 수 있는 '쌍칼잡이'인 반면 증권업계는 실적배당 상품 운용에도 제한이 많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은행은 간접투자자산운용업법상 6가지를 할 수 있지만 증권사와 투신운용사는 한 가지씩밖에 할 수 없고 7년 이상 비과세 상품도 증권업계만 제외한 점을 차별의 대표적인 예로 들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증권사들의 금융시장 비중이 높아져가고 있지만 우리나라는 은행에 자산이 집중되고 있어 심각한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우리의 금융정책이 은행 중심으로 추진된 데 대해 "공무원들이 은행을 금융산업의 중심으로 생각하고 있는 탓"이라고 분석했다.

재정경제부에서도 은행쪽을 담당해야만 금융정책국장 등 고위직으로 올라 갈 수 있는 분위기가 만연하다 보니 증권 관련 목소리가 먹혀들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또 전문성이 특히 필요한 증권분야의 과장이나 사무관들이 1~2년 만에 교체돼 업무를 깊숙이 이해하기도 전에 떠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며 정부 금융정책의 허점을 꼬집었다.

김성택 기자 idnt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