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무 공무원 눈앞에서 서류가 부족하다는 핑계로 자금신청을 퇴짜 놓고,수출 선적이 시급한 기업에'공문'타령이나 늘어놓고….한국에서 중소기업 하기가 얼마나 힘든지 뼈저리게 지켜봤습니다"

산업자원부 중소기업담당 공무원들이 최근 '중소기업행정 현장체험 단'을 구성해 남동공단과 시화공단,울산공단 등 전국 주요 공단지역 기업들을 찾아 몸으로 부딪치며 느낀 소감이다.

P사무관은 "기술력이 탄탄한 한 중소기업의 경우 늘어나는 주문 물량을 소화하기 위해서 낡은 설비 교체가 시급한데도 결국 돈을 빌릴 수 없었던 시장상황을 직접 목격하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 20개 중소기업 산업현장으로 나가 본 공무원들은 한결같이 "그동안 정부의 경제정책 이 기업 현장에 대해 얼마나 무지한 상태에서 이뤄져왔는지를 되새기게 된 기회였다"고 입을 모았다.

각 부처들이 때만 되면 다양한 지원책을 내고 있지만,기업 현장에 제대로 스며드는 경우가 많지 않다는 것을 절실하게 깨달았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럼에도 불구하고,한국은행은 지난 2분기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을 5.5%(전년 동기 대비)로 발표했다.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CEO들에게는 '강 건너 이야기'처럼 들린다.

고용환경이나 민간소비에서 개선된 징후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경제지표가 체감경기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는 현상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더욱이 성장의 주체가 정보통신과 자동차 등의 한 두 업종에 쏠려 있는 양극화 현상을 감안한다면 5.5%의 고성장은 통계적 착시일 뿐이다.

우리 경제는 수출마저 둔화돼 자칫하면 성장기반이 무너질 수 있다.

삼성전자를 빼놓고는 수출기업들이 적자경영을 하고 있다는 소리도 들린다.

기업들은 투자를 꺼리며 민간소비는 5분기 째 감소하고,일자리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여기에다 국제유가의 고공행진이 멈추지 않는다면 악성 인플레이션을 맞게 될지 모른다.

경기부양책을 남발해서는 안되겠지만 경제가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대응책을 강구해야 한다.

무엇보다 휴·폐업이 불가피한 중소기업을 살리는 것이 급선무다.

중소기업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한 '응급조치'가 필요한 시점이다.

불황의 골이 깊어지면서 대부분 기업들이 몸을 움츠리고 있지만,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틈새'를 공략,기업경쟁력 강화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많다.

고주파모듈(RF Module) 및 무선통신기기 개발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주)아이알에프(www.irf.co.kr)는 세계최초로 재래식 수동운전 리프트의 단점을 보완한 무인자동운행장치'Auto Call'을 선보이며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다.

이 회사는 최근 독자브랜드 2호격인 '보안등 고장관리 자동화시스템'을 개발해 시장에서 또 한번 '이슈메이커'로 부상했다.

1980년 설립된 (주)엔케이는 '사고의 속도가 빨라야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진리를 기업경영에 접목시켜 국내 최초로 CNG(압축천연가스) 충전소용 저장용기와 대형 튜브트레일러를 비롯한 각종 고압가스용기를 개발해낸 저력 있는 기업이다.

이 회사는 생산제품의 80%이상을 해외시장에 수출하며 국가경쟁력 제고에 이바지하고 있다.

(주)엔케이는 최근 국제해사기구가 선박 장착을 의무화 한 ballast water처리장치를 개발해 또 한번의 '수출신화'를 예고하고 있다.

세보금속(주)도 조선 기자재 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작지만 강한' 기업의 표본이다.

주문자 NCR 발생률 0%,납기 준수일 100%를 자랑하는 이 회사는 철강재 수출입을 병행하는 정책을 펼쳐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에 따른 가격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사람이 먹는 식품,사료부터 깨끗하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료시장의 '바이오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천하제일사료(주)도 국내 최초의 펠렛 사료 개발하며 '고품질 경쟁시대'를 선언한 주인공이다.

전 공장.전 공정에 HACCP를 도입한 이 회사는 '고객이 회사의 성공'이라는 이념을 바탕으로 세계 초일류 사료전문기업으로 도약하고 있다.

(주)한익스프레스는 동북아 물류시장의 신흥강자로 떠오르는 중국의 추격에 맞서 토종파워를 발휘하며 국가대표 급 물류기업으로 부상하는 업체다.

특수화물 관련 고정차량만 900대 가까이 보유하고 있는 (주)한익스프레스는 실수요처의 재고관리와 운송 등을 관리시점부터 일괄 관리하는 '공급 망 사슬관리(SCM)' 조달시스템을 도입,종합 물류서비스업체의 위용을 구축하고 있다.

전국 1만여 개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는 이 회사는 명실공히 특수화물 물류시장의 선두주자로 자리 매김 했다.

이들 불황을 이겨내는 기업의 공통점은 '지속적인 R&D에 투자했다는 것'과 '회사를 살려야 한다는 팽팽한 긴장감을 늘 가진다는 것' '근로자를 경영의 파트너로 여긴다는 것'이다.

최고경영자와 직원들이 이러한 생각을 공유하며 회사를 살찌우고 있는 '작지만 강한' 기업들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