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료산업을 단순한 재래업종으로 생각하는 인식이 지배적입니다. 하지만 사실 끊임없는 연구와 첨단기술의 적용이 필요한 분야가 바로 사료업종입니다. 회사의 역사도 중요하지만, 기술력이 회사를 평가하는 기준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람이 먹는 식품, 사료부터 깨끗하게"를 슬로건으로 내걸고 사료시장의 "바이오 바람"을 주도하고 있는 천하제일사료(www.jeilfeed.co.kr)의 김영옥 부회장은 앞으로 국내 사료업계는 가격과 생산량 위주 경쟁에서 품질과 서비스위주의 경쟁체제로 변화해 나갈 것이라고 진단한다.

주위에서는 김 부회장을 '사료 쟁이'라고 부른다.

축산농가의 수익에 기여하는 차별화 된 고품질 사료를 만들기 위해 무모하리 만큼 사료와 씨름한 탓에 붙여진 별명이다.

1960년 제일산업(주)으로 출발한 천하제일사료는 1988년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다.

이 회사는 지난 2001년 1월 (주)하림과의 기업합병을 통해 김영옥 총괄사장이 하림의 부회장으로 취임하면서 제 2의 도약기를 맞이했다.

천하제일사료는 양계와 양돈, 낙농, 비육, 양어, 양견과 말, 심지어 실험동물을 포함한 모든 축종의 사육.가공 및 유통부문에서 가장 안전하고 경쟁력 있는 제품을 공급하는 업체로 정평이 나있다.

천하제일사료는 현존하는 40여 개의 국내 사료생산업체 중 가장 오래된 전통을 지닌 회사로도 유명하다.

그래서 이 회사의 연혁은 국내 사료산업의 발전 사와 그 맥락을 같이 한다.

설립 당시인 60년대만 하더라도 우리나라 축산은 자가소비 또는 부업규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불모지나 다름없었다.

사료산업도 후진성을 면치 못해 음식물찌꺼기와 곡물 낱알만이 이를 대신하고 있었다.

'사료'라는 개념조차 모호하던 시절 일찌감치 사료산업에 뛰어든 천하제일사료는 가루 사료밖에 없었던 1970년 우리나라 최초로 펠렛 사료를 제조해 공급하면서 서서히 알려지기 시작했다.

1993년 네덜란드 카우다이스 바우더사와 기술제휴, 유럽에서 최신의 더블 펠렛 가공기술을 도입한 천하제일사료는 국내 사료품질 향상에 절대적으로 공헌한 선구자적인 업체로 평가 받고있다.

특히 사료의 안전성과 고품질 사료제조의 필요성이 대두되던 1995년 들어서는 국내 최초로 전 공정 ISO9002 국제 품질인증을 획득하며 이른바 '고품질 경쟁시대'를 개막하는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WTO의 출범으로 무한경쟁시대를 맞고 있는 시장상황에서, 94년 국내 최초로 전 공장. 전 공정에 HACCP(위해요소중점관리제도) 체제를 도입한 노력은 말 그대로 이 회사가 '천하제일' 사료업체로 등극하는 밑거름이 됐다.

김 부회장은 기업성장의 비결을 설명해달라는 주문에 "브랜드와 기업이미지를 높이며 차별화전략을 수립하고 내부인력을 강화하면서 꾸준하게 성장한 덕분"이라며 '원론'을 거듭 강조했다.

그러나 천하제일사료의 마케팅 '족적'을 살펴보면 김 부회장의 말이 책에 있는 '원론'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오히려 '마케팅 신화'에 더 가깝다.

실례로 사료업계를 비롯해 축산업계에서 이 회사는 '고객의 성공을 만드는 곳'이라고 입 소문이 자자하다.

지난 2001년 대한민국 우수제조공장 인증과 국내 최초로 한국능률협회로부터 사료부문 최우수상인 식품안전경영대상을 2년 연속 수상한 것이 이 회사의 기술력을 단적으로 입증한다.

'기업이윤의 사회환원이라는 공익적 봉사기능과 일반기업의 경영방식을 효율적으로 접목한 것이 명실상부한 양축 가의, 양축 가를 위한 건강한 사료 전문기업으로 성장한 원동력이다.

"끊임없는 도전의식과 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탄력 있는 마케팅정책이 장수기업의 비결"이라고 설명하는 김 부회장은 "품질이 높은 사료를 지속적으로 출시해 시장선점 효과를 보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 보다 구체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는 등 사업을 서서히 강화해 나가겠다"고 말한다.

그는 영업인력을 강화하고 판로확보에만 주력하는 일반적인 중소기업 CEO의 기업철학과는 일찌감치 담을 쌓았다.

기업이 영속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앞선 기술력 확보가 무엇보다 우선돼야 한다는 경영철학 때문이다.

R&D에 남다른 투자를 아끼지 않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천하제일사료에는 현재 박사학위를 소지한 연구원 7명과 예비박사 2명 등 총 9명의 막강한 연구인력이 포진해 있다.

타 업체가 R&D인력을 1~2명 배치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천하제일사료의 경영과 관련해 기술력과 마케팅을 강화하고 신뢰경영을 다지는데 주력할 계획이라는 김 부회장은 "인재는 미래를 이끄는 생산적 자본"이라고 거듭 강조한다.

"회사 구성원들이 즐겁게 일할 수 있어야 조직이 발전한다는 것은 당연한 사실입니다. 때문에 우수한 인재를 얼마나 더 많이 확보하고, 이들에게 어떠한 방식으로 애사심을 심어주느냐가 21세기 기업경영의 핵심 키워드로 작용하게 될 겁니다. 회사의 발전은 곧 직원 개개인의 발전을 의미하는 것이니까요. 사람에 투자하는 것도 결국은 회사의 내실을 다지기 위한 노력의 일환입니다"

김영옥 부회장은 끊임없는 변화를 추구한다.

변화가 없이 시장을 쫓아가는 기업가정신으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변화의 뒷면에는 주도 면밀함이 숨어있다.

그는 결코 허황된 것을 꿈꾸지 않는다.

냉철한 판단으로 남과 경쟁해 이길 수 있는 분야가 무엇인지 지속적으로 연구할 뿐이다.

김 부회장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고객의 성공'. 고객이 성공해야 회사가 성공할 수 있다는 게 그가 가진 신념이다.

그의 논리는 이렇다.

고객이 키운 가축의 품질과 가격경쟁력이 뛰어나야 그들이 성공할 것이고, 그렇게 되면 이들은 다시 천하제일사료의 제품을 찾게 마련이라는 것. 이것이 바로 김 부회장이 생각하는 'win-win' 전략이다.

"고객이 회사의 성공이라는 신념으로 사업을 추진했고 그들이 천하제일사료를 키웠다"고 항상 입버릇처럼 말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천하제일의 노력은 지금부터가 시작입니다. 모든 것을 고객의 가치창조에 초점을 맞춰 거시적으로 천하제일사료를 국내가 아닌 세계 초일류 사료전문기업으로 육성해 나갈 방침입니다"

'온고이지신(溫故而知新)'이라는 한자성어처럼 옛 기술을 답습하는데 그치지 않고 새로운 기술개발에 주력할 것이라고 강조하는 김 부회장의 시야는 지나온 40년이 아니라 다가올 40년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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