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상승으로 헤지펀드 같은 투기꾼들이 원유 선물시장에서 큰 돈을 버는가 하면 간판급 투자은행들도 원유 투자를 적극 늘리고 있다.

이들은 원유 전문가를 대폭 보강,경쟁적으로 투기에 나서면서 수요와 공급 요인 이상으로 유가를 밀어 올리는 역할을 하고 있다.

23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에 따르면 에너지 기업인 엔론 출신 존 아널드가 운영하는 텍사스 헤지펀드인 센토러스 에너지 LP는 원유 선물에 큰 돈을 걸어 지난해 2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렸다.

석유업계의 베테랑인 분 피켄스가 운영하는 두 개의 헤지펀드도 지난 2년간 원유와 천연가스에 집중 투자,5억5천만달러를 남겼다.

에너지 거래에 적극적인 헤지펀드는 최소한 50개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들은 자기 돈 1달러에 빌린 돈 10달러를 얹는 방식으로 외부 차입금을 활용한 공격적인 투기를 서슴지 않고 있다.

에너지 거래를 전담하는 인력도 4년 전 1백30명에서 최근에는 4백50명으로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헤지펀드를 포함해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이 뉴욕상품거래소(NYMEX)에서 가격 상승쪽에 건 '롱 포지션' 비율은 2002년 13%에서 최근에는 28%까지 올랐다.

반면 가격 하락을 예상한 '숏 포지션' 비율은 28%에서 21%로 낮아졌다.

그만큼 원유가격이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투자해왔다는 얘기다.

이로 인해 2006년 가격에 연동된 선물은 수개월 전만 해도 배럴당 29달러였지만 최근에는 39달러까지 올랐다.

원유 투기 붐을 타고 원유 전문가들을 영입하기 위한 경쟁도 치열하다.

런던 헤지펀드인 루비콩 펀드 매니지먼트는 소로스펀드에서 일했던 윌리엄 캘라난을 영입했다.

다른 헤지펀드들도 에너지 및 전기 거래 전문가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시장을 훑고 다닌다.

모건스탠리 같은 투자은행은 아예 원유를 직접 살 정도로 원유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 20일 7억7천5백만달러를 들여 아나다코 석유회사로부터 앞으로 4년간 2천4백만배럴을 생산할 권리를 샀다고 발표했다.

모건 스탠리는 1년 전 멕시코만에 매장돼있는 원유와 가스를 3억달러에 사기도 했다.

최근 들어 직접투자를 더 늘리고 있는 셈이다.

유럽은행들도 원유 거래에 적극적이긴 마찬가지다.

런던에 있는 바클레이스 캐피털은 최근 엔론 출신 에너지 전문가 26명을 채용했다.

최근 유가가 기록적 수준인 배럴당 50달러에 육박하면서 투기 열풍은 다소 누그러진 듯한 느낌이다.

실수요자가 아닌 투자자들의 원유 선물 매입 포지션은 2~3개월 전 1억2천5백만배럴에서 최근에는 7천6백만배럴로 줄었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