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 지하자금의 대명사로 불리는 빠찡꼬산업이 양지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마루한 다이넘 등 선두업체들이 빠찡꼬산업의 사회적 지위향상을 기치로 내걸고 기업공개를 위한 주간사를 선정하는 등 상장을 추진 중이기 때문이다.

빠찡꼬업체 중에는 재일교포가 소유한 점포도 많아 증시상장 여부를 놓고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선두업체,2005년 상장 목표=1위 업체인 마루한(본사 교토)의 스즈키 요시카시 사장은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1~2년 안에 도쿄 증권거래소에 상장 신청을 낼 계획"이라고 밝혔다.

스즈키 사장은 "감사법인 및 변호사의 의견을 들어 회계기준의 통일 및 법률적 논점을 정리,상장준비를 거의 마친 상태"라면서 "업계의 사회적 이미지 향상과 건전화를 위해 상장을 최대한 서두를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전국에 1백40개 점포망을 갖고 있는 마루한은 2004년 3월 결산기에 9천2백81억엔(약 10조엔)의 매출을 올려 전국 1위를 차지했다.

올해는 1조2천억엔,2010년에 3조엔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기업공개 주간사로는 노무라증권을 선정했다.

업계 2위인 다이넘의 사토 기미하라 사장도 지난 5월 말 결산설명회에서 "단정하기 어렵지만 조만간 상장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닛코코디알증권을 주간사로 선정,도쿄증권거래소 상장을 준비 중이다.

다이넘은 전국에 1백93개 점포를 보유,점포 수가 가장 많다.

지난해 8천2백77억엔의 매출을 올렸다.

이밖에 피아크(본사 도쿄) 등 대형 빠찡꼬업체들도 상장에 적극적이다.

그러나 빠찡꼬업체 상장 움직임에 대해 증권거래소와 금융청은 난색을 표명하고 있다.

빠찡꼬산업이 탈세 1위 업종으로 꼽히는 데다 폭력단의 자금원이 되고 있다는 지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상장 후 예상치 못한 사고가 생길 경우 투자자들이 막대한 손해를 피할 수 없다는 점도 꺼리는 요인이다.

도쿄증권거래소는 상장심사를 할 때 주주자본 이익 시가총액 등 형식 요건과 함께 '기업경영의 건전성'도 따지고 있다.

◆연간 30조엔,오락산업 중 1위=일본 빠찡꼬업계의 연간 매출 규모는 30조엔에 달한다.

경마 3조5천억엔,경륜 1조엔과 비교하면 명실상부한 오락산업의 황제업종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빠찡꼬를 운영하는 회사 수는 전국에 6천9백87개사.(2003년말 기준) 이 중 3개 이하의 점포를 가진 소형업체가 80%다.

최근 빠찡꼬 업계의 최대 현안은 1인당 플레이 대금이 고액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1시간가량 즐기는 데 2만~3만엔이나 드는 사행성 높은 기계들을 중점 도입하고 있다는 비판여론이 고조되고 있다.

도쿄=최인한 특파원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