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의 대표적인 인기 주거지역인 대치동의 아파트 전셋값이 매년 특수를 누리던 여름방학 시즌에 오히려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이에 따라 그동안 크게 떨어지지 않던 매매 호가 역시 하락세로 돌아설 조짐이다.

24일 대치동 일대 중개업소에 따르면 여름방학 기간에 대치동 선경·우성·은마·청실·미도 아파트 등의 전셋값은 평균 1억원가량 하락했다.

로열층이 아닌 곳은 1억5천만∼2억원까지 급락한 곳도 나오고 있다.

학원이 밀집해 '교육 1번지'로 불리는 대치동은 매년 방학시즌이 되면 이사오려는 수요가 폭증하면서 전셋값도 수천만원씩 오르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번 여름방학에는 전세 수요가 자취를 감췄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오히려 가격이 크게 떨어지고 있다.

◆전셋값 급락에 매매가도 휘청

대치동에서도 학군이 제일 좋다는 선경·우성아파트는 최근 전셋값이 크게 내렸다.

선경아파트 55평형(로열층 기준)의 전셋값은 7억원을 호가하다가 5억5천만원까지 떨어졌다.

31평형은 4억원에서 2억5천만∼2억7천만원으로 하락했다.

우성아파트 45평형도 6억원대던 전셋값이 4억5천만∼5억원으로 내려앉았다.

1층 등 비로열층은 4억원에 매물로 나오기도 한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청실·은마아파트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청실아파트 35평형의 전셋값은 3억∼3억5천만원에서 2억3천만∼2억5천만원으로 추락했다.

2억원짜리 전세 매물도 간혹 눈에 띈다.

은마아파트 31평형도 1억6천만∼2억1천만원으로 전셋값이 내렸다.

최근 급전세 매물은 1억4천만원에도 거래됐다.

인근 B공인 관계자는 "만기가 된 전세 매물은 쌓이고 있지만 찾는 사람이 없어 한 달에 1∼2건도 거래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전셋값이 급락하면서 대형 평형이 없는 청실·은마아파트 등은 매매가마저 휘청거리고 있다.

청실아파트 35평형은 8억2천만∼8억5천만원이던 매매 호가가 7억∼7억5천만원으로 떨어졌다.

인근 S부동산 관계자는 "양도세 등을 내면 남는 것이 없다는 생각에 싼 가격에는 팔지 않겠다고 매물을 안내놓고 있을 뿐 가격만 맞으면 팔겠다는 잠재 매물은 얼마든지 있다"고 귀띔했다.

◆대치동 신화 흔들

EBS수능특강에도 별 영향을 받지 않던 대치동 집값은 '대입전형에 수능보다 내신 비중이 더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면서 직격탄을 맞았다.

내신이 중요해지면 학군이 좋은 대치동에 거주하는 게 오히려 불리하게 작용한다.

이 때문에 올 여름방학에는 지방에서 대치동으로 이사오는 가구가 거의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천동욱 대성공인 실장은 "지난 겨울방학 때만 해도 '전세 매물이 나오면 즉시 잡아달라'는 대기 수요가 넘쳤지만 지금은 정반대로 매물은 쌓이는 반면 찾는 사람은 없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