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최근 부동산 규제완화에 시동을 걸고 있는 가운데 지난 23일 "어떤 정책적 이익을 희생하더라도 집값 안정정책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한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을 놓고 부동산 시장의 반응과 전망이 엇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규제를 풀고 있는 관련부처의 움직임에 일침을 가한 발언으로 최근 일고 있는 규제완화 분위기가 주춤해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반면 또다른 쪽에서는 '부동산정책 기조에 변화가 없다'는 메시지를 시장에 전하기 위한 강조화법인 만큼 선별적인 규제완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정책기조 변화냐,유지냐

정부는 지난주 부산 대구 등 지방권 7곳을 양도세가 실거래가로 부과되는 주택투기지역에서 해제키로 한 데 이어 진천 음성 등 충청권 5곳도 토지거래허가구역에서 풀어주기로 했다.

또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는 투기과열지구도 조만간 선별적으로 해제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부동산 시장에 숨통이 트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진 게 사실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 23일 노 대통령의 발언이 전해지자 업계에서는 대통령이 규제완화 분위기에 급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분석이 쏟아졌다.

업계 관계자는 "최근 노 대통령의 '합리적 경기부양' 발언 직후 투기지역 및 투기과열지구 해제방침 등이 잇따르자 대통령이 직접 속도조절이 필요하다는 메시지를 정부에 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반해 정부 관계자는 "건설경기 연착륙 대책 등을 위해 부동산 규제를 일부 완화하더라도 여전히 집값안정 기조에는 변함이 없다는 점을 강조함으로써 시장의 의구심을 바로잡기 위한 것으로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어떻게 보나

삼성경제연구소 박재룡 연구위원은 "최근 정부가 투기지역 등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있지만 정책기조 자체가 변하고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금리인하 등 거시경제 차원의 경기활성화에 부동산 정책이 보조를 맞추는 수준"으로 분석했다.

그는 또 "부동산 정책기조를 '부양'으로 급선회하거나 부동산 살리기에 지나치게 얽매일 경우 또다른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며 "복잡한 규제를 통폐합하는 등 조정해서 정상궤도에 진입할 수 있도록 유도할 필요는 있다"고 덧붙였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김현아 부연구위원은 "부동산 규제완화에 대한 비난여론을 잠재우는 동시에 부동산정책 기조는 변함이 없다는 것을 시장에 전달하려는 제스처라고 볼 수 있다"며 "설령 일부 규제가 풀리더라도 침체돼 있는 부동산 시장을 반전시키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향후 시장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침체가 계속되고 있는 내수경기 회복을 위해 부동산시장에 대한 규제완화는 제한적·선별적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10·29대책'으로 완결되는 정부의 집값안정 의지와 부동산을 통한 경기부양 불가론이 근본적으로 뒤바뀌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시각이다.

정부가 최근 투기과열지구를 해제하더라도 분양권 전매는 횟수나 기간 등에 제한을 두겠다고 밝힌 것도 부동산 정책기조를 계속 유지하겠다는 뜻으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김 부연구위원은 "규제완화가 이어질 경우 심리적인 기대감이 되살아날 수는 있겠지만 부동산 시장 활성화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며 "결국 부동산 투자 및 수요가 되살아나기 위해서는 전반적인 내수경기 회복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