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여당이 오는 2006년부터 시행키로 한 퇴직연금제는 근로자들의 노후 보장 수단이 되는데다 세계적 추세이기도 하다는 점에서 도입의 당위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기업 부담을 크게 증가시킬 가능성이 크고 노사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소지도 많아 우려 또한 적지 않다.

퇴직연금제는 퇴직금을 사외에 적립시켜 회사가 지급불능사태에 이르더라도 근로자들이 확실히 받을 수 있게 해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또 55세부터 수령할 수 있어 만약의 경우 국민연금을 받게 되는 65세까지의 공백을 메워줄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게다가 자본시장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어 이론적으로만 보면 일석삼조라는 이야기마저 나올 법하다.

하지만 문제는 노사가 모두 반대하고 있는데서 알 수 있듯 현실적 애로 요인이 많다는 점이다.

가장 큰 문제는 기업 부담이 너무 커진다는 사실이다.

현재 대부분 기업들은 퇴직금을 그냥 쌓아두는 것이 아니라 부족한 자금사정 때문에 이를 운영자금으로 활용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이 제도를 도입할 경우 기존 퇴직금을 정리해야 하는 것은 물론 추가자금까지 적립하지 않으면 안되는 만큼 일시적인 자금부담이 막대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국민연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사정이고 보면 기업들의 부담은 어떤 형태로든 크게 늘어날 수밖에 없다.

근로자 입장에서도 결코 좋기만 한 것이 아니다.

주류를 이룰 것으로 예상되는 확정기여형은 금융기관의 운용실적이나 증시상황에 따라 수령액이 크게 달라지게 된다.

실제 대표적 확정기여형 연금인 미국 401K의 경우 증시 약세로 최근 몇년 동안 가입자들의 연금자산이 크게 감소했다고 한다.

노후 보장 제도가 되레 노후를 불안하게 만들 수 있다는 얘기다.

노사관계가 더욱 악화되는 빌미로 작용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제도 도입 여부에서부터 도입에 따른 사외적립 절차나 방법 등 여러가지 면에서 기업과 노조간의 견해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만에 하나 그런 일로 노사가 대립하게 되면 갈등의 골만 깊어지는 결과를 빚기 쉽다.

때문에 제도 도입에 앞서 기업 부담을 줄이고 노사갈등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대책이 시급히 마련돼야 한다.

특히 제도를 조기에 확산시킬 목적으로 기업에 도입을 강요하는 일이 있어선 절대 안될 것이다.

지금 기업들은 외환위기 이후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와중에 주5일 근무제와 외국인 고용허가제에 이어 퇴직연금제까지 한꺼번에 도입되면서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져들고 있다는 사실을 직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