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는 내년 9월 가을학기부터 사용되는 초·중·고교 역사교과서 개정판에 고구려사 왜곡 내용을 싣지 않으며 중앙과 지방정부 차원에서도 역사왜곡 작업을 중단키로 했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한국 현대사 이전의 역사를 복원해 달라는 한국 정부의 요구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한국과 중국은 지난 23일 두차례의 외교차관 회담 등 연쇄 협상을 갖고 고구려사 문제의 정치쟁점화 방지등 5개항의 구두양해 사항에 합의,고구려사와 관련된 외교갈등을 잠정적으로 봉합키로 했다.

외교통상부 고위관계자는 24일 "고구려사 왜곡 문제와 관련해 중국측으로부터 '사실상 교과서 왜곡이 없을 것이라는 점을 우리 정부가 언급해도 좋겠다'는 양해를 받아냈다"고 밝혔다.

중국측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 왜곡 홍보 작업을 중단하겠다는 것은 이번 회담에서 얻은 최대의 '전리품'이다.

기존 방침에서 한발 '양보'한 것이기 때문이다.

중국측은 동북 3성 지역의 고구려 유적에 왜곡 표현된 안내표지판과 박물관 안내책자 등을 시정하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중국측의 입장 변화는 한국과의 반목이 지속될 경우 '손해'가 크다는 판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오는 26일 중국 국가서열 4위인 자칭린(賈慶林) 중국인민정치협상회의 주석의 방한에 앞서 고구려사 문제 해법을 찾아내 한국내 '반(反)중국' 감정을 누그러뜨리려 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한·중간 '역사전쟁'을 일단 끝내고 선린우호관계를 더욱 발전시키기로 약속한 것은 외교적 성과가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속을 들여다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다.

중국 외교부 홈페이지 삼국시대사 부분에서 고구려사를 삭제하기 이전으로 회복하라는 정부의 요구는 관철되지 못했다.

중국측은 '몇 달에 걸친 검토 끝에 뺀 것이다.

이미 취한 조치를 되돌리기 어렵다'는 입장을 전했다.

중국이 구두양해 내용을 제대로 이행할지도 의문이다.

구두양해는 '그렇게 서로 이해하기로 양해했다'는 것으로 합의문서와는 달리 법적구속력은 갖지 못한다.

이미 중국은 지난 2월 양국 외교차관 회담에서 고구려사를 정치문제화하지 않으며 학술교류를 통해 해결한다고 합의한 뒤 이를 지키지 않은 '전과'가 있다.

이에따라 중국의 고구려사 왜곡 시도는 일단 '수면' 밑에 들어갔을 뿐이란 평가도 나오고 있다.

물론 정부측은 "양국간의 정치적인 합의인 만큼 양해 사항 자체에 상당한 구속력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게다가 중국측이 이번 회담에서도 '고구려사는 한국사'라고 인정한 것은 아닌 만큼 관(官)의 지원을 받는 학계와 민간 차원의 왜곡 시도는 얼마든지 이뤄질 수 있다.

외교부 고위관계자는 "이번 합의는 고구려사 문제 해결과정에서 의미있는 첫걸음"이라며 "앞으로 경각심을 늦추지 않고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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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중 '고구려사 왜곡방지' 5개 양해사항 요지 >

1.고구려사 문제가 양국간 중대 현안으로 대두된 것을 중국측은 유념

2.향후 역사문제로 인해 우호협력 관계가 손상되지 않도록 상호 노력

3.고구려사 문제의 공정한 해결을 도모하고 정치 쟁점화 방지

4.중국측은 중앙 및 지방정부 차원에서 고구려사 관련 기술에 대해 필요한 조치를 취해 문제가 복잡해지는 것을 방지

5.학술교류의 조속한 개최 추진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