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기업들이 발행한 전환사채(CB)와 신주인수권부사채(BW)를 통해 상당한 수익을 남긴 것으로 알려진 홍콩CSFB가 최근 주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CB와 BW를 주식으로 바꿔 관심을 끌고 있다.

2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CSFB 는 지난 20일 택산아이엔씨의 해외BW에 대한 신주인수권을 행사했다.

행사가는 주당 9백64원,주식수는 1백19만3천여주였다.

당시 택산아이엔씨 주가가 7백45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2억6천만원의 손실을 뻔히 알면서도 권리를 행사한 것이다.

택산아이엔씨의 주가는 이후 4백원대까지 하락,장내에서 매각할 경우 손실 규모는 이보다 훨씬 커지게 된다.

CSFB는 지난 19일 이네트와 우주통신의 CB에 대한 전환청구권을 행사했다.

두곳 모두 주식 전환가가 당시 주가를 웃돌았다.

이네트의 경우 주당 8백1원씩에 주식으로 전환했는데 당시 주가는 6백80원이었다.

발행주식수는 44만주로 5천4백만원의 손해를 봤다.

우주통신은 손실이 더욱 심했다.

1천5백60원에 74만여주를 전환했지만 당시 주가는 7백15원이어서 앉은 자리에서 반토막이 났다.

6억3천여만원이 허공에 날아간 셈이다.

증권업계는 CSFB의 이같은 행보에 대해 관련 주식에 대한 '손절매 포석'이 아니냐는 분석이 우세하다.

택산아이앤씨의 경우 교보증권도 같은 날 9백64원에 11만9천여주의 신주인수권을 행사,장부상 3천여만원의 손실을 봤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이 회사가 상반기 1백3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데다 주가도 약세를 이어가고 있어 손실규모가 커지기 전에 권리를 행사했다"고 설명했다.

만약 주가 반등 가능성이 낮다고 보고 장내에서 매각할 경우 실제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CSFB도 이같은 점에서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증권업계 시각이다.

고경봉 기자 kg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