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초 경유승용차 시판에 맞춰 경유 소비자가격을 빠르면 2006년 7월까지 휘발유 가격 대비 85%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는 국책 연구기관의 보고서가 나왔다.

휘발유 가격이 현재 수준(8월 평균 1천3백77원)으로 유지된다 하더라도 경유 가격은 2년뒤 당 9백48원에서 1천1백70원으로 2백22원(23.4%)이나 오르게 돼 경유자동차 생산업체나 버스업계,화물업계 등의 반발이 잇따를 전망이다.

조세연구원은 26일 '경유승용차 허용에 따른 에너지 상대가격(휘발유 대비 소비자가격) 조정방안'보고서에서 "휘발유와 경유,LPG부탄의 소비자 가격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 수준인 100:85:50(지난해말 기준)으로 조정하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한경 8월25일자 A4면 참조

조정 시기는 △내년 7월에 100:75:50으로 조정한 뒤 2006년 7월 100:85:50으로 올리는 방안과 △내년 7월 100:72:50으로 조정한 후 2007년 7월까지 3년에 걸쳐 단계적으로 조정하는 두 가지 방안을 제시했다.

연구원은 상대가격을 상향조정할 경우 휘발유 승용차의 시장점유율(48.5→42.3%)과 경유를 쓰는 스포츠·레저용 차량(SUV)의 점유율(37.7→16.5∼25.2%)이 떨어지고,경유승용차 시장점유율은 16.4∼25.1% 정도를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LPG승용차는 연료가격이 유지되는 데 힘입어 점유율이 현재의 13.8%에서 16.1%로 다소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연구원은 그러나 경유가격 인상에 맞춰 경유 소비가 많은 버스 화물자동차 업계의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과 취득·등록세 등의 부담을 덜어주는 방안도 함께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권오성 조세연구원 연구위원은 "경유값이 올라가면 등유를 화물차 연료로 사용해 대기오염이 늘어날 가능성이 크다"며 "등유를 불법 전용하지 못하도록 방지하는 방안도 마련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편 자동차 업계는 경유를 사용하는 SUV의 판매가 위축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SUV와 다목적 차량(MPV) 등 경유차는 주5일제 실시 등으로 고객들에게 인기를 모아 전체 자동차 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40%를 웃돌 만큼 내수시장에서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SUV 사업비중이 높은 쌍용자동차는 영업에 상당한 차질을 빚을 것으로 걱정하고 있다.

내년부터 경유 승용차를 국내에서 처음으로 판매하는 현대·기아자동차도 경유값 인상에 곤혹스러워 하고 있다.

현대차는 내년 1월초부터 디젤 엔진을 얹은 아반떼와 라비타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GM대우와 르노삼성은 1년 뒤인 2006년부터 경유 승용차를 선보일 계획이어서 현대·기아차보다 여유는 있지만 판로 확보를 걱정하기는 마찬가지다.

전문가들은 휘발유와 경유 가격차이가 줄어듦에 따라 경유차 선호 요인이 희석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는 이와 함께 에너지 세제개편으로 유가가 오를 경우 고객들의 구매 심리가 위축되고,차종에 관계없이 자동차 산업 전체에 중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박수진 기자 notwom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