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주식투자펀드(PEF) 도입을 골자로 하는 간접투자자산운용법 개정안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국회에서 법안을 심의하는 여야는 물론 시민단체 학계 금융계까지 연기금과 공기업의 투자,산업자본의 금융지배 등과 관련한 논쟁이 번지는 양상이다.

정부의 제안처럼 연기금 은행 기업 등의 여유자금을 모아 운용하는 사모펀드는 잘만 활용하면 자금 경색현상을 보이고 있는 우리 경제의 자금 순환을 원활히 해주는 긍정적인 역할을 할수 있을 것이다.

4백조원에 가까운 부동자금을 끌어내 생산적인 투자 자금으로 전환하고, 금융회사와 기업의 구조조정 등에 필요한 재원을 공급해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또한 사모펀드가 잘 운용되면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내년 3월까지로 되어있는 우리금융지주회사의 민영화에 참여하는 등 국내 금융회사들이 외국 자본의 손으로 넘어가지 않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그 의미는 적지 않다.

하지만 최근 불거지고 있는 논란을 보면 사모펀드의 설립과 운영에 정부가 지나치게 개입하고 있다는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우선 정부안대로 국민연금 등 공적연기금이나 산업은행 등 공기업들이 주로 참여할 경우 '사모'란 이름만 빌렸지 정부가 일정 영향력을 행사하는 '관모(官募)펀드'의 성격을 벗어나지 못하게 된다.

이런 성격의 펀드가 은행을 인수한다면 이는 관치금융 시대로 되돌아가는 것에 불과하고 민영화는 명분에 그치고 말 것이다.

게다가 공적 연기금을 리스크가 큰 민간 펀드에 투자하는 것이 옳은지도 좀더 신중히 고려해 보아야 한다.

사모펀드제도를 도입하면서 자본의 성격을 구분한다는 것도 문제다. 정부는 산업자본의 금융지배를 막겠다는 취지에서 기업들이 투자한 펀드가 금융회사에 투자할수 있는 비율을 제한하겠다고 하는데 이는 펀드운용을 복잡하고 또한 실효성 없게 만들 뿐이다.

이미 은행법에서 산업자본이 은행의 의결권이 있는 주식보유 비율을 4%로 못박고 있는 마당에 자본의 성격을 따지는 것은 또하나의 규제일 뿐이다.

외국자본에 맞설 국내 자본을 육성한다며 국내 자본의 지분 소유를 제한하거나,특정그룹은 은행을 인수할수 없다는 식의 정책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국내 자본에 대해 역차별을 주겠다는 발상에 다름 아니다.

기왕 사모펀드를 도입하려면 그 취지를 충분히 살릴수 있도록 금융시장 논리에 따라 설계되고 운용돼야 한다.

그러려면 펀드운용에 대한 규제는 적을수록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