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가 26일 발표한 "대학입학제도 개선안"이 부동산시장,특히 수도권 집값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부동산업계는 오는 2008년부터 대입 수능점수를 폐지하고 내신 위주로 신입생을 선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는 이번 개선안이 주택시장에 어떤 형태로든 파장을 불러올 것으로 보고 있다.

전국 어느 지역이든 학군이 좋은 지역에는 집값 "프리미엄"이 항상 존재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부동산 전문가들은 "교육 1번지"로 불렸던 서울 강남 대치동과 목동 중계동 등이 직격탄을 맞게 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특히 학군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서울 강남의 주택시장 지배력은 현저히 떨어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이에 따라 장기적으로는 서울 및 수도권 '집값의 평준화'와 지방 주택시장의 활성화가 예상되고 있다.

하지만 강남은 △이미 상당부분 가격 조정을 받은 데다 △학군 외에도 다른 생활 여건이 뛰어난 만큼 집값이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적지 않다.

◆강남 '불패신화' 끝나나

전문가들은 강남의 아파트값 주도권이 급격히 쇠퇴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미 여름방학 특수가 사라지면서 대치동 일대의 전세가격이 급락하는 이례적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동안 강남 이사 수요를 유발시켰던 학군 프리미엄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김성식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재건축 규제에 이어 학군 프리미엄을 차단함으로써 강남권 아파트는 '직격탄'을 맞게 됐다"며 "전세가격 하락에 이은 집값 하락의 과정을 거치면서 강남의 집값 거품 해소는 가속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영진 내집마련정보사 사장은 "재건축 규제로 가수요를 차단해도 강남 집값이 떨어지지 않았던 것은 사교육에 대한 엄청난 실수요 때문이었다"며 "EBS수능방송에 이어 수능이 유명무실해지면서 강남으로 이주하려는 실수요자들의 발길을 돌려세우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주도권 교체의 신호탄

이날 발표된 대입제도가 시행되는 시점과 판교신도시 입주 시점은 비슷하게 맞물려 있다.

내년부터 공급에 들어가는 판교신도시의 경우 첫 단지 입주는 2007년 하반기로 예상된다.

전문가들은 이 때까지 강남 집값은 하향 안정세를 유지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판교신도시 입주 시점에 판교신도시를 향한 강남 거주자들의 '대이동'이 시작될 경우 시장의 주도권이 판교로 넘어갈 공산이 크다고 입을 모은다.

김 사장은 "기존 아파트 시장의 큰 틀이 바뀌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강남의 명성은 퇴색하면서 판교나 상암지구 등이 새로운 집값 선도지역으로 등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도 "이미 강남이 누릴 수 있는 호재는 바닥난 셈"이라며 "재건축과 우수 학군이라는 재료를 반영해 치솟았던 아파트값은 꼭지를 쳤다"고 강조했다.

또 학군이 우수한 지역에 살지 않아도 내신성적만 잘 받으면 더 쉽게 대입 관문을 통과할 수 있도록 한 게 이번 조치의 핵심인 만큼 그동안 소외됐던 지방 주택시장의 간접적인 수혜도 기대된다.

◆반론도 만만치 않아

하지만 강남불패 신화가 이번 조치만으로 쉽게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적지 않다.

강남은 교육환경 외에 교통 및 생활환경 등의 각종 여건이 여전히 월등하기 때문이다.

고준석 신한은행 부동산재테크 팀장은 "강남은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인기 주거지역"이라며 "단기적인 충격은 있겠지만 장기적인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김현아 건설산업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에서는 소득 수준이 비슷한 사람들끼리 모여사는 경향이 많아 강남 매매가가 크게 요동치지는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황용천 해밀컨설팅 사장은 "이미 주택거래신고제 등으로 강남지역의 주택 매매거래 자체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만큼 장기적인 파장은 내년 신학기가 시작될 즈음에 가늠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민.서욱진.조재길 기자 gmkd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