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신 성적 중심으로 대입제도가 바뀜에 따라 '교육특구'로 불리는 서울 강남지역 고등학교와 외국어고 등 특수목적고의 인기가 사그라들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그 동안 강남지역은 대형 입시학원들이 밀집돼 있다는 프리미엄 때문에 학생들이 몰려들어 부동산가격을 부채질하면서 경제·사회적 문제까지 불러일으켰다.

특목고도 설립 취지에서 벗어나 일류대 진학을 위한 입시기관으로 변질되면서 초등학교부터 진학 경쟁이 치열했다.

학생부 위주로 학생들을 선발할 경우 학교에 관계없이 내신성적이 우수한 학생들이 선발되기 때문에 오히려 '명문고'라는 타이틀은 입시에 방해가 될 수 있다.

명문고에서 중위권을 유지하느니 차라리 다소 수준이 떨어지는 학교에서 상위권에 랭크되는 게 유리하다는 얘기다.

◆정책 입안 배경=정부는 2·17 사교육비 경감 대책에서 수능과외 열풍이라는 '급한 불'을 끄기 위한 단기 처방책으로 EBS 수능강의라는 '해열제'를 내놓은 데 이어 학교교육을 정상화하기 위해 대입제도 자체를 뜯어고치기로 했다.

국가고사인 수능시험 반영 비중을 대폭 줄이고 학교교육 과정과 결과를 담은 학생부 성적의 비중을 그만큼 높이면 학교수업이 정상을 되찾고 과외 수요도 줄어들 것이라는 게 교육부 예측이다.

게다가 특목고나 강남권 고등학교로만 몰리는 교육 수요의 분산 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특목고 강남권 고교 불안속 관망=특목고의 대표주자인 외국어고들은 이번 대입제도 개편에 대해 '길보다는 흉이 많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그 동안 내신상의 불이익을 수능과 구술면접 등을 통해 극복해 왔는데 수능이 9등급제로 바뀔 경우 수능에서 큰 변별력을 갖기 어려워진다고 보기 때문이다.

서울 대원외고의 정석현 교사는 "어학계열 진학자와 외국대학 입학 희망자 위주로 신입생 선발의 틀을 바꿔야 할 것"이라며 "외국어고를 통해 법대나 상대 등 비어문 계열로 진학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대원외고는 이 같은 대입제도 개혁안의 초안이 나오기 시작한 연초부터 외국대학 진학반을 강화,기존 1개반이던 외국대학 진학반을 3개까지 늘렸다.

강남권 고교의 반응도 비슷하다.

강남 C고등학교 관계자는 "이전처럼 강북에 집을 두고도 교육문제로 강남에 전세로 들어오는 등의 부작용이 해소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학교별 등급제가 허용되지 않아 강남권 고교에 대한 역차별 정책이란 비판도 일 것"이라고 말했다.

◆타격은 있겠지만 몰락은 없을 듯=하지만 특목고와 강남권 고교의 인기가 단시간에 식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외국어고 전문 교육기관인 하늘교육의 임성호 기획실장은 "9등급으로 나뉘기는 했지만 수능 1등급을 받을 확률은 여전히 낮기 때문에 외고의 수능 경쟁력은 여전하다"며 "대학들이 외고 출신자에게 어떤 가산점을 부여할지 등 구체안이 확정되지 않은 올해 입시에서만은 외고 입학생이 줄어드는 현상이 나타나겠지만 장기적으로는 외고의 강세가 지속될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대학들이 특정 교과 우수자,학교장 추천자 등을 대상으로 한 특별전형이나 수시모집 등을 통해 특목고나 강남권 고교 학생들을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지가 이들 학교의 운명을 결정하는 관건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