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중 부동자금이 채권시장으로 급속히 옮겨가고 있다.

정부의 콜금리 인하 이후 채권투자 수익률은 떨어졌지만 기업은 물론 개인들도 회사채 매입에 열을 올리고있다.

채권금리가 은행금리보다는 높은데다 콜금리 추가 인하설까지 나돌면서 투기조짐까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A등급 이상 우량채권은 물론 투기등급 직전인 BBB 등급도 품귀현상을 보이는 양상이다.

◆기업 A등급,개인 B등급 선호

지난 24일 현재 채권형 펀드 판매 잔고는 64조8천60억원.지난달 말에 비해 2조5천억원 이상 늘어난 수치다.

올 2월에 비해서는 13조원 급증했다.

주식형 펀드의 판매 잔고가 80조원으로 연초 대비 11조원 이상 감소한 것과는 대조적인 결과다.

특히 정부의 콜금리 인하로 채권금리가 큰 폭 하락했지만 투자 열풍은 오히려 거세지는 형국이다.

투자적격 등급의 최하위권인 BBB+의 경우 금리가 연초 연 9.11%에서 현재 5.42%까지 급락했지만 3%대의 은행 금리보다는 훨씬 높기 때문이다.

금리가 연 4%대인 A등급은 기업이,그보다 안정성은 떨어지나 높은 수익을 얻을 수 있는 B등급은 개인이 대량 매수하고 있다.

이에 따라 증권사들은 BBB급 중 안정성이 높은 종목의 채권을 확보한 뒤 홈페이지를 통해 개인들로부터 매수 신청을 받고 있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최근 2백억원어치의 채권을 확보,판매했는데 하루 만에 동이났다고 전했다.

한화증권 채권팀 안동식 차장은 "주식시장이나 부동산시장의 전망이 불투명한 상황에서 금리 추가 인하 기대가 높아지자 투기적 심리까지 가세해 채권형 펀드에 돈이 몰리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홍성국 부장은 "개인들의 채권투자가 본격화된다는 점은 자본시장이 발전하고 있다는 증거"라고 전제,"BBB급 채권투자는 안정성과 투기성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점에서 돈 굴릴 곳이 마땅치 않은 개인투자자들이 선호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나친 투기화 조짐 우려도

개인들이 2천만원 정도의 자금으로 채권을 사들이는 것은 사실 불가능했다.

회사채는 기본적으로 기관투자가의 매매 대상이었고,거래단위도 최소 1백억원 이상이었다.

개인투자자의 소액 채권투자가 늘어나는 것은 증권사와 개인투자자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개인투자자는 높은 수익을 좇고,증권사는 새로운 수익모델로 개인 채권 판매를 확대하고 있어서다.

그러나 자칫 과열될 경우 투기등급 채권까지 마구잡이로 판매,투기화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현대증권 기업금융팀 관계자는 "현재 증권사들은 판매 종목을 선별하고 있지만 수요가 증가할 경우 투기등급 채권이 거래될 가능성도 있다"며 "개인들이 사들이는 채권은 어차피 장외거래인 만큼 현금화가 쉽지 않은 한계를 갖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화증권 안 차장은 "개인들의 소액 채권투자는 채권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며 "이를 건전한 방향으로 유도하기 위해선 개인간 거래시스템을 갖추는 등 제도적인 보완장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