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카슈랑스 2단계 실시를 두고 은행과 보험업계간의 갈등이 점차 고조되며 정면 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은행권과 보험업계는 26일 각각 은행연합회와 보험협회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방카슈랑스와 관련된 주요 쟁점에 대해 상반된 입장을 밝혔다.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의 문제점이 드러난 현 상황에서 예정대로 2단계가 실시되면 중소형 보험사의 부실화 등 각종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라며 연기를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은행들은 "보험업계가 제기하는 문제들은 방카슈랑스 도입 당시 이미 검토됐다"며 "예정대로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소비자에게 도움됐나

방카슈랑스 1단계(저축성보험 판매) 실시 후 '보험료 인하효과'와 관련,은행들은 인하효과가 실제로 나타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은행연합회는 방카슈랑스 전문보험회사인 A사의 연금상품은 신계약비(신규계약을 유치하는데 드는 비용)가 4백%에 불과해 일반 보험사들이 팔고 있는 연금상품의 5백∼5백50%보다 훨씬 저렴하다고 주장했다.

"방카슈랑스가 보험사간 가격 경쟁을 촉진시킬 것"이라는 게 은행측의 설명이다.

반면 보험업계는 '보험료 인하효과가 거의 없다'고 반박했다.

"설계사에겐 신계약비의 50∼60%를 수당으로 지급하지만 은행엔 80∼90%를 지급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보험사들은 설명했다.

은행들이 요구하는 수수료 수준을 맞추기 위해선 보험료 인하가 불가능하다는 주장이다.

대고객 서비스 향상과 관련,보험사들은 "은행원들이 무리하게 보험을 팔다보니 불완전판매(청약철회 및 품질보증 해지)가 늘었고 이는 고객의 피해로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보험설계사가 판매하는 상품의 불완전판매비율은 2.8%인 반면 방카슈랑스 상품의 불완전판매비율은 8.4%에 달한다.

반면 은행측은 "불완전 판매가 많은 것은 점포당 판매인원을 두 명으로 제한하고 있는 감독규제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따라서 규제완화를 통해 판매인원이 늘어나면 이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중소형사와 설계사의 앞날은

보험사들은 "방카슈랑스 2단계가 시행되면 은행과 제휴관계를 맺지 못한 중소형사들의 경영부실화가 우려된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7개 중소형 보험사가 은행과 제휴를 맺는 데 실패했다.

이에 대해 은행들은 중소형사의 부실화는 방카슈랑스 도입 이전부터 지속돼 온 문제라고 주장했다.

보험설계사의 대량 실직문제도 이슈다.

보험사들은 "생보시장이 포화된 상황(가구가입률 89.9%)에서 은행이 설계사들의 주력상품인 보장성 보험을 팔기 시작하면 기존 설계사의 30~50%는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반면 은행들은 설계사 실업문제는 방카슈랑스의 연기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별도의 실업대책에 의해 처리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또 은행내 판매인원수를 2명으로 제한하는 등 보완책이 마련된 상태라고 주장했다.

◆2단계 연기 가능할까

은행들은 법으로 정해진 방카슈랑스 2단계 시행시기를 연기하는 것은 정책 일관성 및 신뢰도에 큰 타격을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보험업계는 "예상치 못한 결과가 나타났을 때 방향을 선회하는 것이 정책당국의 바른 선택"이라며 "일본 정부도 내년 3월까지 방카슈랑스 확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으나 부작용을 우려해 전면 유예한 사례가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최철규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