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로마의 휴일'에서 드레스 밑으로 발을 뻗어 신발을 찾는 그 아슬아슬한 순간부터 머리를 짧게 자르고 선상에서 춤추는 발동작,에티오피아의 배고픈 아이들을 돌보는 말년의 모습까지….


'오드리 헵번-스타일과 인생'(스테파니아 리치 외 지음,정연희 외 옮김,푸른솔)에는 '헵번 스타일'의 처음과 끝이 함축돼 있다.


오드리 헵번의 스타일은 그것 자체로 고유명사였다.


화려한 치장 대신 적게 차려입고,자연스러우면서도 편안한 옷은 곧 그 삶의 방식이었으며 구두도 오래 신을 수 있고 잘 맞는(반치수 더 큰) 것을 좋아했다.


유행에 휘둘리지도 않았다.


이탈리아의 구두 명인 살바토레 페라가모가 헵번만을 위해 만든 얇은 끈과 조가비 모양의 밑창이 있는 발레리나 구두,둥근 굽의 검은색 가죽 구두는 지금까지 사랑받는 그녀의 스타일이다.


그녀에게 패션은 '도구'였다.


그래서 '영리하게 잘 포장된 사람이 아니라 밑바닥에서 정직함과 신뢰성이 느껴지는 참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존중했다.


헵번의 옷을 만들었던 디자이너 지방시는 이 책에 다음과 같이 썼다.


'그녀는 어떻게 하면 자신을 강하게 단련시키고 자립적인 이미지를 형성할 수 있는가를 명확하게 알고 있었다.


그녀를 위한 옷이 만들어지면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자신만의 어떤 것,즉 전체적인 이미지를 살릴 수 있는 작은 디테일 하나를 추가했다.'


이 책에는 영화와 일상 속의 다양한 헵번 스타일이 사진과 함께 실려있다.


발레리나를 꿈꿨던 댄서로서의 모습과 유니세프 대사로 활동했던 모습,헵번의 구두골로 만든 예술작품도 담겨있다.


뒷부분에 실린 '오드리 헵번의 옷장'에는 헵번의 영화나 일상의 의상들이 리조트웨어,이브닝드레스,예복 등 품목별 카탈로그로 정리돼 있다.


이 출판사에서 2년 전에 펴낸 '재키스타일'의 주인공 재클린 오나시스와 비교감상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2백31쪽,4만5천원.


고두현 기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