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텔 비즈니스는 강인함과 부드러움을 모두 갖춘 한국 여성들에게 잘 어울리는 직종인 것 같습니다."

최근 국내 호텔업계 최초로 여성 부총지배인에 임명된 배선경 쉐라톤 워커힐호텔 부총지배인(40)은 "여성으로서의 부드러움과 어머니로서의 푸근함은 개인이나 조직이 경직되는 것을 막아 원만한 인간관계를 일궈낸다"면서 소위 고위층과 접촉이 잦은 호텔 마케팅업무의 성격상 여성들이 더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강조했다.

호텔리어 생활 7년8개월 만에 부총지배인으로 초고속 승진한 그녀는 지난 1996년 미크로네시아와 한국의 하얏트호텔 마케팅을 관할하는 지역매니저로서 호텔업계에 첫 발을 디뎠다.

한국인이 외국계 호텔의 지역 매니저를 맡은 것 역시 업계에서는 최초였다.

서강대학교 영문학과를 나와 미국 '시카고 아트 인스티튜트'에서 순수미술을 전공하던 그녀가 호텔에 관한 공부를 시작한 것은 지난 1993년.

당시 미국 코넬대학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남편 강성민 가톨릭대 경영학과 교수의 권유에 의해서였다.

코넬대 호텔경영학과 대학원에 입학한 그녀는 뜨거운 학구열을 불태웠다.

2살과 3살된 두 아들을 기르면서도 평점 3.8 이상의 성적으로 매학기 학장이 수여하는 장학금을 받았을 정도.

"당시 교수들은 이름 가운데 '선'자를 따 저를 '슈퍼 선'이라고 불렀습니다.

아마도 아이들을 맡길 곳이 없어 도서관에까지 데리고 다니던 모습이 눈에 띄었던 모양입니다."

이같은 과정을 거친 그녀이기에 이제는 어지간한 어려움에는 의연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 같단다.

그녀는 향후 업계 전망에 대해 "앞으로 호텔은 '잠자는 빌딩'의 개념이 아닌 거대한 복합건물의 성격으로 발전할 것"이라며 "워커힐의 경우 주말에 가족이 숙박하면서 아버지는 골프연습,어머니는 스파를 즐기는 동안 아이들은 영어경제교실이나 매너교실에 참가하는 등 시티리조트로서의 모습을 갖춰 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장유택 기자 chang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