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시범단지의 공장착공 예정시기가 한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전략물자 반출과 각종 인프라 등이 해결되지 않아 기업인들 사이에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개성공단 시범단지에 입주하는 15개 중소기업들은 이르면 내달말 공장신축에 들어가 12월부터는 제품을 생산한다는 일정을 잡고 있다.

하지만 전략물자 등 그동안 제기된 여러가지 문제들이 제대로 매듭지어지지 않아 정상적으로 생산활동을 할 수 있을 지 걱정하고 있다.

◆전략물자 때문에 제대로 공장가동 못할 수도=개성공단 시범단지 입주예정 기업들은 업체당 약 1천가지의 기계설비 공구 사무용기자재 등 반출물자 리스트를 통일부에 제출,전략물자여부를 심사받고 있다.

하지만 이들 기자재 모두를 개성공단에 들여보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바세르나협약(전략물자의 대 공산권 수출통제협약)에 의해 북한으로의 전략물자 반출이 통제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 협약에 따라 펜티엄급 컴퓨터를 비롯 밀링머신 연삭기 광학장비 등 전략물자의 개성공단 반출이 불가능한 상황이다.

정부는 "우리가 임차한 공단에서 남한기업이 사용하고 정부차원에서 투명하게 관리하는 만큼 웬만한 물품의 반출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런 토대 위에서 생산에 필요한 물자들이 가능한한 반출될 수 있도록 심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국측의 입장은 그렇지 않는 상황이다.

미국은 조금이라도 무기제조 등으로 전용될 수 있는 물자의 반출은 엄격히 금지해줄 것을 한국정부에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국정부는 한국정부가 반출을 허용한 물자라고 할지라도 자체적으로 판단해 바세나르협약에 위배되는 물자를 반출한 기업에 대해선 대미교역시 10~20년간 불이익을 줄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따라 시범단지 입주기업들은 생산관련 장비 등의 반출을 놓고 미국의 눈치까지 봐야 하는 입장이다.

시범단지 입주예정 기업인 시계업체 로만손의 관계자는 "심의물자 중 30% 정도가 전략물자대상으로 분류될 것 같다"며 "앞으로 공장을 제대로 가동할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해결 실마리 못찾는 인프라와 인력 교육문제=기업인들은 공장 완공 후 6개월에서 1년동안은 정상가동이 힘들다는 입장이다.

북한 근로자들을 위한 교육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하기 때문이다.

남한공장에서 사전에 교육시킬 수 있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북한측의 반대로 성사되지 못했다.

통신수단은 기업인들이 우려하는 문제다.

북한측은 자국내 기지국을 통하는 국제전화를 이용하라고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인들은 도청예방과 터무니없이 비싼 전화요금 등을 이유로 남한측 기지국을 사용할 수 있도록 남북한이 협상에 나서도록 요청하고 있지만 아직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통행문제도 해결되지 않았다.

남측 근로자들의 개성공단 통행은 매일 오전과 오후 한차례씩 운행되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원자재 등 물자를 싣는 트럭의 왕래에도 제한이 많다.

한 중소기업 대표는 "입주업체 관계자들은 통행증만 제시하면 승용차로 자유롭게 다닐 수 있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북한산'으로는 경쟁력 없는 것도 문제=입주기업들은 원산지 문제 때문에 또다른 고민에 빠져 있다.

'made in DPRK(북한산)'로는 '싸구려'라는 인식에서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이유 때문에 수출기업들은 개성공단에서 완제품을 생산하지 않고 반제품을 만드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협력업체 5곳과 함께 입주하는 로만손은 개성공단에서 부품을 생산하고 최종 조립은 남한에서 하기로 결정했다.

다만 북한산에 개의치 않는 러시아 수출용은 개성공단에서 완제품을 만들기로 했다.

의류업체인 신원은 완제품을 월 3만벌 생산하되 이를 내수시장에 공급할 예정이다.

정부 관계자는 "제값 받고 수출하려면 개성공단에서 반제품이나 중간재 정도만 생산하고 최종가공은 남한에서 하는게 바람직하다"고 제안하고 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