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상임이사국 진출의사를 처음으로 밝힌 것은 1993년 7월이었다.

일본은 안보리 개편에 대한 의견서에서 "세계 평화와 안정을 위해 공헌하려는 의사와 이에 상응하는 능력을 가진 국가를 적극 활용해야 하며 일본은 안보리에서 책임을 다할 용의가 있다"고 천명했다.

그렇지만 기대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반응은 싸늘했다.

당시 유엔 주재 대사인 오다와는 "유엔 회원국 중 일본을 지지하는 국가는 17개국뿐이며 이 중 아시아 국가는 하나도 없다"고 본국에 보고할 정도였다.

그는 서방언론들과 인터뷰를 갖고 "일본은 미국 다음으로 유엔 분담금을 많이 내는 나라인데 돈만 내고 아무런 권리도 찾지 못하는 바보국가"라고 공공연히 불만을 터뜨리기도 했었다.

상임이사국 선출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있는 일본은 또 다시 유엔 창립 60주년이 되는 내년을 가장 적기라 판단하고 거국적인 역량을 총동원하고 있다.

그 일환으로 고이즈미 총리는 오는 9월 유엔총회 연설에서 상임이사국 진출을 공식 발표할 것이라고 한다.

과거와는 달리 국제사회의 분위기가 훨씬 호전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중국 등은 '꿈도 꾸지말라'며 일본을 '자격미달 국가'라고 공격하고 있다.

지역패권을 노리는 두 나라의 잠재적 경쟁이 표면화되는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앞으로 일본이 상임이사국 진입에 성공할지는 두고 볼 일이지만,일본이 제2차 세계대전의 전범국이라는 원죄를 씻지 않는 한 그리 수월해 보이지는 않는다.

전후 독일은 과거사를 반성하고 수십년간에 걸쳐 피해자들에게 철저한 배상을 해 온 반면 일본은 아직도 그 과오를 인정하지 않고 있다.

역사교과서 왜곡이 다시 불거지는가 하면 야스쿠니 신사의 총리 참배는 정례화되다시피 됐다.

정신대나 원폭피해자에 대한 보상도 지지부진한데다 이제는 영토분쟁까지 겹쳤다.

우리와는 독도,중국과는 동중국해,러시아와는 북방 4개섬의 반환문제가 걸려 있다.

역사와 영토 등에서 맹목적인 국익외교를 펼치는 일본이 상임이사국이 될 경우 우리한테 어떤 영향이 올지 차분히 따져봐 할 시점인 것 같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