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의 회계 처리 위반 파문과 관련,제재 결정 과정의 적정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금융감독 당국의 회계부문 제재심의 기구인 감리위원회에서는 국민은행을 중징계하는 데 반대하는 의견이 더 많았던 것으로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감리위원회는 국민은행의 제재 수위에 대해 의견을 하나로 모으지 않고 내부 토론 결과만 의결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에 통보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감리위원회가 내부 결정을 내리지 않는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감리위원회 분위기

감리위원회는 회계 부문에서 제재심의를 담당하는 자문기구로 회계부문 최고의결기구인 증권선물위원회에 앞서 열린다.

일반업무 부문(비회계 부문)의 제재심의위원회에 해당한다.

국민은행 건과 관련한 감리위원회는 지난 8월16일과 23일 두 차례 열렸다.

회의에는 전체 9명의 위원 중 7명만 참석했다.

감리위원은 정부 부문 3명,민간 부문 6명으로 구성돼 있는데 특히 두번째 회의에는 정부부문 한명과, 민간위원 중 국민은행 법률담당 자문을 맡고 있는 한명이 각각 회의에 참석하지 않았다.

당시 회의에 참석했던 한 민간위원은 27일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국민은행에 잘못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중징계를 내릴 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의견이 더 많았다"고 전했다.

감리위원회는 보통 다수결로 의견을 모으며 감리위원회 결정은 통상 증선위에 강력한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만약 감리위원회가 어떤 결정을 내렸다면 증선위의 '중과실 3단계' 결정이 달라졌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얘기다.

또 다른 민간위원은 "현재 국내 기업합병 관련 회계기준은 세부적인 부문에 대해서는 불분명한 점이 많다"며 "국민은행의 회계처리 방식이 맞는지,감독당국의 방식이 맞는지는 쉽게 결론낼 수 있는 사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책임만으로 돌릴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모 민간위원은 "사실 국민은행이 적자상태인 국민카드를 억지로 합병한 것 자체가 정부 정책에 따른 측면이 컸고 회계부문의 오류도 그 과정에서 나왔다"며 "이런 전후 사정을 감안하지 않고 회계처리 위반만 따져 중징계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절차상 문제 있나

감리위원회가 내부적으로 의견을 모으지 못하고 증선위로 넘긴 데 대해서도 논란이 일고 있다.

이와 관련,한 민간위원은 "감독당국이 감리위원회에 제재 수위 등과 관련해 두 가지 안을 들고 왔지만 사안이 워낙 민감해 결론을 내지 않고 증선위에 넘기기로 했다"며 "지금까지 감리위원으로 활동해 오면서 이런 사례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감리위원회 내부에서 반대 의견이 많은 것으로 나타나자 감독당국이 의도적으로 결정을 포기한 것은 아닌지 의문"이라며 "감리위원회 의결을 안 거친 것이 절차상 하자인지 여부를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융계 일각에선 이같은 이유등으로 감독당국이 김정태 행장 '몰아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이에 대해 "감리위원회는 자문기구일뿐 의결기구는 아니다"며 "의결을 안한다고 해서 법적으로 문제될 것은 없으며 과거에도 의결을 안한 전례가 있다"고 말했다.

주용석·송종현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