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의 그늘이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경기부진이 계속되면서 돈이 돌지 않아 예금회전율은 사상 최저를 기록하고 있고 소비심리 지표인 소비자기대지수도 3년7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나타냈다.

부동산시장의 숨통을 틔워주기 위해 일부 규제를 완화하고 금리를 인하하는 등정부도 경기부양을 위해 나서고 있지만 아직 그 효과는 눈에 띄지 않는다.

일선 기업들도 굳게 닫힌 소비자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꽁꽁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녹이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뭐니뭐니해도 `할인'과 `선물'(경품). 29일 업계에 따르면 유통을 비롯해 자동차, 전자, 건설, 의류 등 대부분 업종에서 이 두가지 방법을 동원한 고객몰이에 나서고 있다.

◆ `역시 깎아주는게 최고' = 유통업계는 할인점이나 백화점에서나 볼 수 있던`정기 세일'을 도입하고 인터넷 쇼핑몰은 `최저가격 신고제'를 실시하는 등 전방위적 가격경쟁을 벌이고 있다.

롯데마트는 매년 2회에 걸쳐 정기세일을 열기로 했으며, LG이숍은 3만여종의 상품 가격이 국내 상위 10개 쇼핑몰보다 비쌀 경우 신고한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보상하고 해당 상품의 가격을 최저 수준으로 내리는 최저가격 신고제를 실시하고 있다.

초특가 기획전, 균일가전 등 갖가지 명목으로 할인행사를 펼치고 있는 백화점은현재 `창립' 또는 `개점' 기념 행사를 내세워 대대적인 사은행사를 벌이고 있다.

초저가에 판매하는 `미끼 상품'도 쏟아져 나와 롯데백화점은 9월5일까지 `25년전 가격으로 드립니다' 행사를 열고 생필품을 25년 전 가격으로 판다.
라면 5봉지를300원에 파는 식이다.

의류업계는 그동안 `노세일'의 자존심을 지켜오던 유명 브랜드들도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속속 백화점 세일에 동참하고 있다.

노세일 브랜드를 표방해왔던 제일모직의 고급신사복 `빨질레리'가 지난 봄 시즌백화점 세일에 동참한데 이어 캐주얼 브랜드 `엠비오'는 일부 기본품목의 가격을 10∼15% 인하했다.

아파트도 세일에 들어갔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미분양이 속출하자 건설사들이분양가를 낮추고 있는 것이다.

월드건설은 경기도 광명시 광명동에 내달 초 분양하는 월드메르디앙을 분양하면서 작년에 인근에서 분양했던 아파트보다 평당 분양가를 500만원 안팎씩 인하했다.

입주시 분양가보다 시세가 낮으면 차액을 보전해주는 분양가 리콜제도 등장했다.

한울종합건설은 지난달 서초동에 아파트 `N-스위트 서초'를 분양하면서 분양가리콜제를 내걸었고, 성원건설도 강원도 고성에서 짓는 `오션 샹떼빌'을 분양하면서입주시 시세가 분양가보다 낮으면 업체측에서 아파트를 다시 사주기로 했다.

전자업계는 `할인'은 품질이 떨어지는 제품을 대상으로 한다는 인식을 고객들이가질 수 있어 `고객체험단 ' 또는 `고객평가단'으로 불황 타개에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최근 DLP L7 프로젝션TV를 새로 출시하면서 500만-600만원 상당의제품을 공짜로 써볼 수 있는 고객체험단 행사를 진행하고 있고, LG전자도 최근 디지털 셋톱박스 일체형 42인치와 50인치 HD급 PDP TV를 선착순 2004명에게 기존가 대비40% 가량 저렴하게 파는 고객체험행사를 열었다.

대우일렉트로닉스도 최근 유산균 제어기능을 첨가한 클라쎄 김치냉장고를 출시하면서 26일부터 한달간 고객평가단모집 행사를 진행해 선착순 3천명을 대상으로 108만-118만원에 달하는 제품을 25% 할인해 준다.

◆ `선물 공세에 당할 자 없다' = 극심한 내수 부진에 시달리고 있는 자동차 업계는 다양한 판촉 이벤트를 쏟아내며 판매 회복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현대차는 완성차 수출 1천만대 돌파를 기념, 9월말까지 신규계약 고객과 기존차량 보유 고객들을 대상으로 홈페이지(www.hyundai-motor.com) 경품 행사를 벌여그랜저XG 1대, 아반떼 XD 2대, 디지털 카메라 100대, MP3 1천대를 나눠주고 참가자전원에게 5만포인트를 적립해준다.

기아차는 8월중 출고 고객 전원에게 TG삼보 컴퓨터 20% 할인권을, 봉고Ⅲ 구입자에게는 귀뚜라미 보일러 30% 할인권을 증정했으며, 부모 부양자 100명을 뽑아 보일러를 무상 지원할 계획이다.

또 대형세단 오피러스 출고 고객에게는 조선호텔 VIP 카드(전원), 조선비치호텔패키지 숙박권 2매(20명) 등을, 카니발 구입 고객에게는 추첨을 거쳐 인기레포츠 및계절별 테마여행권, 콘도.펜션 30-50% 할인예약 서비스 등을 제공하고 있다.

GM대우차는 각 차종별 특성에 따라 에어컨, 주유상품권, DVD 카시어터 세트 등을 제공하는 `쿨 초이스' 이벤트를 진행중인데 추첨을 거쳐 미니밴 레조(LPG) 고객에게는 1년치 유류비에 해당하는 100만원 주유상품권을, 매그너스 고객에게 DVD 카시어터 세트를 제공한다.

건설업계도 일단 모델하우스에 고객을 끌어모아야 한다는 생각에 자동차와 해외여행권 등 고가 상품을 내건 경품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대동종합건설은 부산 부곡동에서 분양중인 아파트 `다:숲' 모델하우스 방문객중1명을 추첨해 3천만원 상당의 외제 승용차를 경품으로 선물할 계획이다.

한국도시개발은 최근 양평동에 분양한 `샤르망스위트' 모델하우스 방문객을 대상으로 동남아여행권과 호텔이용권 등을 경품으로 내놓았다.

롯데건설은 부산 사하구 다대동에 내달 분양하는 아파트 `롯데캐슬 몰운대' 판촉을 위해 24평형 아파트 한 채를 경품으로 제공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 밖에 스포츠브랜드 `헤드'는 지난 여름시즌 전국의 매장에서 고객들에게 스포츠 가방 1만5천개를 사은품으로 제공했고, 패션 액세서리 브랜드 `오타바'는 온라인 쿠폰을 인쇄해 가져오는 고객에게 티셔츠 등의 사은품을 제공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산업팀 transi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