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휴가철이 끝났다.


계절적으로 이 시점에 재테크 시장에서 가장 신경써야 할 점은 시장참여자들의 포지션 조정에 따라 발생하는 재테크 변수들의 움직임이다.


과거의 경우 재테크 시장의 명암이 여름 휴가철이 끝난 시점 전후로 엇갈렸다.


90년대 이후 러시아 채무불이행(모라토리엄) 사태와 우리나라의 외환위기도 이때쯤에 발생했거나 시작됐다.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도 환율,금리,주가가 매년 8월 중순 이후 급변했다.


대체로 올해처럼 경기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되고 헤지펀드들의 활동이 기승을 부리는 해에는 재테크 변수들의 움직임이 유난히 컸었다.


미래가 불투명한 상황에서는 여름철 장기휴가를 떠나기에 앞서 현금보유 비중을 늘려 놓았다가 휴가철이 끝나면서 보유자산을 대폭 늘리기 때문이다.


올해도 헤지펀드들의 움직임이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하다.


헤지펀드 전문자문업체인 헤네시그룹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활동하는 헤지펀드수는 1만여개,투자원금액은 1조1천억달러를 상회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헤지펀드들의 활동력을 나타내는 레비리지 비율(투자원금대비 총투자 가능금액)도 약 10배에 달한다.


90년대 이후 헤지펀드들의 움직임과 다른 것은 올해는 원유와 같은 상품투기가 심하다는 점이다.


최근 국제유가 변동폭이 심하고 앞으로의 전망이 크게 엇갈리고 있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동안 잊혀졌던 금융위기설이 필리핀에서 다시 나돌고 있는 것도 헤지펀드들의 활동과 연관이 있다.


물론 직접적인 원인은 필리핀의 재정위기,부정부패 심화 등에 기인하고 있어 지난 97년 당시 아시아 위기의 전형적인 양상이 되풀이 되고 있다.


앞으로 필리핀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한다 하더라도 이번에는 인접국가로 확산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대부분 아시아 국가들의 외환보유고가 상당수준에 달하고 있고 우리만 하더라도 1천7백억달러가 넘어 단기적인 위기방어능력이 충분히 확보된 상태다.


다행인 것은 국내 재테크 시장의 경우 올 여름 휴가철을 앞두고 시장참여자들의 커다란 포지션 변동은 없었다.


이 때문에 휴가철이 끝난 것에 따른 재테크 변수의 움직임은 커보이지 않는다.


다만 시중에 부동자금이 갈수록 늘고 있는 것은 앞으로 재테크 시장의 큰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콜금리 인하 이후에는 시중 부동자금이 채권에 몰리면서 시장금리가 급락하고 있다.


주목해야 할 것은 국내 재테크 시장에서도 투기세력의 움직임이 감지된다는 점이다.


최근 들어 별다른 재료없이 종합주가지수가 800선대로 오르고 국고채 3년물 수익률이 3.6%대로 급락하는 현상이 대표적인 예다.


앞으로 투기세력의 활동이 위축되면 언제든지 주가와 채권값이 급락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재테크 생활자들은 이런 상황에 대비해 놓을 필요가 있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