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겐 뢰플러 < 하나알리안츠 사장 >

기업투자는 경제성장에 있어 중요한 요소다.

투자는 수요의 중요한 원천을 넘어 생산능력의 발전으로 이어지며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그만큼 추가적인 소비지출을 진작시킬수 있다.

정부가 불황기에 기업 투자를 장려하는 이유이며 현재 국내 정부 정책에서 이 현상을 볼 수 있다. 한국 경제는 가계부문의 과소비와 지나친 대출로 인해 침체상태에 놓여있다.

동시에 기업투자는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조만간 상당폭 개선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 조사에 따르면 주요기업의 64%가 향후 2년간 설비투자를 할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어떤 조치가 이뤄질 수 있을까?

투자를 하지 않는 기업들을 비난하는 것은 분명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오래전 독일에선 현 정부에 타격을 주고 정치적 이권을 얻어내기 위해 투자를 의도적으로 유보하는 '투자 파업'에 참여했다는 이유로 기업을 고발한 적이 있었다.

그러나 시장 경제에서 투자 파업이란 것은 있을 수 없다.

기업들은 끊임없이 수익이 창출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찾기 때문이다. 어떠한 기업가도 정치적인 이유로 말미암아 의도적으로 수익성 있는 기회를 포기하지는 않는다.

기업은 단지 이윤을 추구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이 아니라 시장에서의 위치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으며 극단적인 경우에는 생존마저 위협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국내 또는 외국계 경쟁자들이 기회를 잡아 투자할 것이며 결국 시장점유율을 가져갈 것이다.

만약 기업 투자가 낮은 수준이라면 명백한 한가지 이유가 있을 뿐이다.

기업들이 매력을 느낄 만큼의 충분한 수익기회가 없다는 것이다.

수익성이 있을 만한 투자기회의 결여는 기본적으로 두 가지 이유가 있을 수 있다.

첫째, 과거 생산능력을 초과하는 지나친 투자는 현재와 미래의 이익 잉여분을 낮춰 투자의 필요성을 줄인다.

이것은 한국 경제의 소비와 서비스 부문에도 적용될 수 있다.

일례로 최근 과소비를 부채질한 신용카드는 과다한 상점 식당 성형외과와 유흥업소의 난립을 초래했으며,거품이 걷힌 현시점의 수요를 충족시키고도 남는 수준이 됐다.

과잉투자는 벤처부문에도 역시 이뤄졌다.

주식시장의 마지막 거품기에 자금조달의 용이함과 공공 금융회사의 관대한 보증은 너무나 많은 기업들이 상업성 있는 기술이나 사업 모델없이 벤처 분야에 뛰어들게 만들었다.

생산부문과 수출산업을 살펴보면 투자부진의 주요한 또 다른 이유는 임금인상과 까다로운 관료주의에 기인한 높은 생산비용이다.

한국은 더 이상 저임금 국가가 아니다.

사실 한국은 고임금 궤도에 진입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국의 산업노동 생산비는 중국은 물론이고 홍콩이나 싱가포르 수준을 이미 넘어섰다.

게다가 한국내 기업들은 노동시장의 경직성,만연한 파업과 경영 의사결정에 참여를 원하는 노조 요구에 직면해 있다.

따라서 한국 기업들이 현재 중국의 주요한 투자자가 됐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 아니다.

기업 투자를 회복시키기 위해 정부가 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투자하기 좋은 환경을 만드는 것이다.

파이낸셜 타임스의 마틴 울프가 말한 것처럼 민간 사업가들이 경제적인 기회를 확인하고 이용할 수 있는 환경 말이다.

이를 위해 할 수 있는 많은 것들이 있다. 조세법과 형식적인 관료주의, 그리고 노동시장의 개혁,능력있고 창의적인 젊은 인재들을 끊임없이 공급할 수 있는 교육 시스템의 확립,무엇보다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자유 시장과 기업가 정신에 우호적인 경제 환경을 지속적으로 조성하는 일이다.

이것은 정부가 기업들로 하여금 투자를 강요하거나 재정 지출에 일조하도록 압력을 행사하는 등의 방법보다 더욱 힘써야 할 것이다.

예전의 공산주의 경제에서 볼 수 있듯이 진정한 문제는 투자부진이 아니다.

중앙 계획경제하에서는 정부가 투자 수준을 결정했으므로 기업가들이 정치적인 이유로 혹은 용기가 부족해서 투자를 유보하는 일은 없었다.

그러나 모든 중앙 계획경제는 실패했으며 결국 시장경제의 우월성을 인정해야만 했다.

과도한 투자 또는 방향이 잘못된 투자는 수익과 위험을 의식하는 투자 정책보다 경제성장과 사회복지에 훨씬 해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