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속의 한국기업] ⑥ 현지인 관리가 성패 좌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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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비즈니스 역시 결국은 사람이다.
현지 중국 직원을 고용,그들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모든 중국 투자사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리다.
인사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중국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현지인 인사관리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업체 간 벌어지고 있는 인재쟁탈전으로 애써 키운 직원을 빼앗기는가 하면,회사 처우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한다.
중국 진출 기업에 인사관리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쑤저우 싱가포르공단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는 최근 현지인 우수 인력 4명이 동시에 퇴사하는 '인재유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옆에 건설 중인 유럽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온이 원인이었다.
이들 4명이 인피니온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퇴사 원서를 내민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한 기술유출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직장을 옮기는 데 필요한 퇴사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
두달여 동안 잡아뒀다.
그러나 한 번 떠난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인피니온에는 가지 않겠다'라는 각서를 받고 퇴사서류를 넘겨줬다.
결국 그들은 인피니온이 아닌 다른 회사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3년 정도면 직장을 옮겨 몸값을 높이려는 중국 직장인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쟁업체들이 이같은 성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지요."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최고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인센티브제도,해외연수 등 최고의 인사관리를 운용하고 있다는 삼성전자에서 4명의 이탈자가 동시에 생겼다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내 투자업체의 인사관리 실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베이징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링디엔은 최근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의 인력관리 실태를 토대로 현지화 정도를 조사한 '국별 외국기업 토착화'란 보고서를 내놨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대만 등 6개국 기업이 조사대상이었다.
해당 기업직원 및 외부인에게 기업문화,호감도 등을 물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점수 3.21로 대만(3.00)과 함께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기업이 17.44로 가장 높았고 유럽(16.11),일본(9.03),홍콩(6.27) 등의 순이었다.
한국기업은 아직도 중국 직원들과 겉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링디엔은 '직원들에게 얼마만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토착화 정도가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단순 급여가 아닌 개인의 성장 가능성,교육 및 능력발휘 기회 등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중국사업장 CEO를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서방 다국적기업과 달리 우리나라 투자기업의 최고 책임자는 대부분 한국에서 파견된다.
윗자리는 한국 주재원으로 채워진다.
열심히 일해봤자 주재원 부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에 충성할 중국 직원은 드물다.
물론 삼성 LG 포스코 등 우리나라 기업도 효율적인 인력관리 시스템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마저 경쟁상대인 다국적기업에는 뒤지고 있다.
중국 진출의 역사가 짧고,다국적 경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근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도 많은 기업이 중국인력을 부려먹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임금상승으로 생산성이 떨어지자 직원들을 더 쥐어짜고 있다.
일부에서 터지고 있는 종업원 집단반발,회사기밀 유출 등이 그래서 생긴 문제다.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12년이 된 지금 우리도 체계적인 인사관리 시스템을 마련,현지화 수준을 높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상하이 주변 자싱의 한국타이어의 인사관리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 회사는 공장의 핵심 포스트인 생산1,2팀 팀장(부장급)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임명했다.
한국파견 주재원은 지원 부서로 빠지도록 했다.
또 매달 현지직원 15명을 선발, 한국공장으로 파견해 기술교육을 받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성취감과 소속감, 자기발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덕택에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매년 10% 안팎에 이르던 핵심인력 유출이 지금은 거의 제로(0)%로 떨어졌다.
아직 진출 역사가 짧아 어렵지만 언젠가는 현지직원이 공장 CEO를 맡게 될 날도 올 것이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중국에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장기 성장의 터전'이라는 평범한 경영원리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
현지 중국 직원을 고용,그들을 통해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은 모든 중국 투자사업에 공통으로 적용되는 원리다.
인사관리를 얼마나 효율적으로 운영하느냐에 중국 사업의 성패가 달려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러나 현지인 인사관리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업체 간 벌어지고 있는 인재쟁탈전으로 애써 키운 직원을 빼앗기는가 하면,회사 처우에 불만을 품은 직원들이 집단 반발하기도 한다.
중국 진출 기업에 인사관리 경계령이 내려진 것이다.
쑤저우 싱가포르공단에 자리잡고 있는 삼성전자 반도체공장에서는 최근 현지인 우수 인력 4명이 동시에 퇴사하는 '인재유출 사건'이 벌어졌다.
바로 옆에 건설 중인 유럽 반도체업체인 인피니온이 원인이었다.
이들 4명이 인피니온의 스카우트 제의를 받고 퇴사 원서를 내민 것이다.
삼성전자로서는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일이었다.
분명한 기술유출이었기 때문이었다.
이들이 직장을 옮기는 데 필요한 퇴사서류에 도장을 찍어주지 않았다.
두달여 동안 잡아뒀다.
그러나 한 번 떠난 마음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인피니온에는 가지 않겠다'라는 각서를 받고 퇴사서류를 넘겨줬다.
결국 그들은 인피니온이 아닌 다른 회사로 옮긴 것으로 알려졌다.
"인사관리의 문제라기보다는 3년 정도면 직장을 옮겨 몸값을 높이려는 중국 직장인들의 성향 때문이라고 봅니다.
경쟁업체들이 이같은 성향을 부추기고 있는 것이지요."
회사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렇더라도 최고의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인센티브제도,해외연수 등 최고의 인사관리를 운용하고 있다는 삼성전자에서 4명의 이탈자가 동시에 생겼다는 것은 예사롭게 넘길 일이 아니다.
국내 투자업체의 인사관리 실태를 다시 한 번 돌아보게 한다.
베이징의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링디엔은 최근 중국 진출 외국기업들의 인력관리 실태를 토대로 현지화 정도를 조사한 '국별 외국기업 토착화'란 보고서를 내놨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에서 활동하고 있는 한국 미국 유럽 일본 홍콩 대만 등 6개국 기업이 조사대상이었다.
해당 기업직원 및 외부인에게 기업문화,호감도 등을 물었다.
이 조사에서 한국은 종합점수 3.21로 대만(3.00)과 함께 최하위 수준에 머물렀다.
미국기업이 17.44로 가장 높았고 유럽(16.11),일본(9.03),홍콩(6.27) 등의 순이었다.
한국기업은 아직도 중국 직원들과 겉돌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링디엔은 '직원들에게 얼마만큼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느냐'에 토착화 정도가 달려있다고 분석한다.
단순 급여가 아닌 개인의 성장 가능성,교육 및 능력발휘 기회 등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를 결정짓는다는 것이다.
중국사업장 CEO를 현지인으로 채용하는 서방 다국적기업과 달리 우리나라 투자기업의 최고 책임자는 대부분 한국에서 파견된다.
윗자리는 한국 주재원으로 채워진다.
열심히 일해봤자 주재원 부하 신세를 벗어나지 못하는 상황에서 회사에 충성할 중국 직원은 드물다.
물론 삼성 LG 포스코 등 우리나라 기업도 효율적인 인력관리 시스템 마련에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마저 경쟁상대인 다국적기업에는 뒤지고 있다.
중국 진출의 역사가 짧고,다국적 경영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다는 게 근본 원인으로 분석된다.
중소기업의 경우 아직도 많은 기업이 중국인력을 부려먹는 대상으로 여기고 있다.
이들은 임금상승으로 생산성이 떨어지자 직원들을 더 쥐어짜고 있다.
일부에서 터지고 있는 종업원 집단반발,회사기밀 유출 등이 그래서 생긴 문제다.
전문가들은 한-중 수교 12년이 된 지금 우리도 체계적인 인사관리 시스템을 마련,현지화 수준을 높여야 할 때라고 입을 모은다.
상하이 주변 자싱의 한국타이어의 인사관리 사례는 눈여겨 볼만하다.
이 회사는 공장의 핵심 포스트인 생산1,2팀 팀장(부장급)을 모두 중국 현지인으로 임명했다.
한국파견 주재원은 지원 부서로 빠지도록 했다.
또 매달 현지직원 15명을 선발, 한국공장으로 파견해 기술교육을 받도록 했다.
직원들에게 성취감과 소속감, 자기발전의 기회를 주기 위해서다.
덕택에 수 년 전만 하더라도 매년 10% 안팎에 이르던 핵심인력 유출이 지금은 거의 제로(0)%로 떨어졌다.
아직 진출 역사가 짧아 어렵지만 언젠가는 현지직원이 공장 CEO를 맡게 될 날도 올 것이라는 게 이 회사 관계자의 얘기다.
중국에서도 '사람에 대한 투자가 장기 성장의 터전'이라는 평범한 경영원리가 적용되기 시작한 것이다.
상하이=한우덕 특파원 woody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