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성 사장은 엔지니어가 아니다.

이공계 인재들이 득실대는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부에서 그는 어떻게 살아남았을까.

비서실 출신으로 우대를 받았을까.

아니다.

최 사장은 자신의 핸디캡(비전문성)을 극복하기 위해 틈만 나면 반도체 관련 서적을 읽었다.

아니 통째로 외웠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실제로 그는 반도체 기술인력들이 읽는 1천페이지짜리 교재를 달달 외우고 다녔다.

제품을 모르고 어떻게 영업을 하겠느냐는 생각에서였다.

반도체는 완제품이 아닌 부품이라는 속성 때문에 기술적인 서비스가 반드시 필요하다.

실제 샘플을 내고 테스트가 끝나면 바이어들은 시시콜콜한 사안들을 물어온다.

이 경우 부품의 호환성 등 여러가지 사항들을 비교해 설명해줘야 한다.

이 때문에 최 사장은 처음 유럽에 갔을 때 상당한 곤욕을 치렀다.

질문에 대답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이상하게 보더라는 것이다.

"참 이상해요. 아무리 외워도 모르는 것이 있었어요. 게다가 꼭 제가 모르는 것만 묻더라고요. 한마디로 미치는 거죠."

최 사장의 '비상한' 암기실력은 디지털미디어 분야에서도 그대로 이어졌다.

요즘 기술회의를 하면 이공계 출신 중역들이 최 사장에게 혼쭐이 난다.

회의가 끝나고 나면 '한차례 폭풍이 지나간 것 같다'는 얘기들을 많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