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 하면 떠오르는 것이 꽤 많다.

먼저 영화 '빠삐용'(불어로 나비를 의미)의 주인공 가슴에 새겨진 나비 문신이 연상된다.

동양철학에서는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을 빼놓을 수 없다.

나비가 되어 자유로이 날아다니는 꿈을 꾸다 깨어보니 장자가 나비 꿈을 꾼 것인지,아니면 나비가 장자 꿈을 꾸는 것인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다.

장자는 호접몽을 통해 인간이면 누구나 인정할 보편지식이 있는지 회의했고 나아가 삶과 죽음,꿈과 현실,나와 나 아닌 것을 구분할 수 있는지도 회의했다.

과학에서는 카오스이론의 모태가 된 '나비효과'(butterfly effect)가 유명하다.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츠가 주창한 나비효과는 베이징에서 나비의 날갯짓이 한달 뒤 뉴욕에서 폭풍우를 만들 수도 있다는 것.

작은 변화가 결과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불러온다는 의미다.

디지털시대 광속의 정보흐름 속에 지구촌 한쪽의 미세한 변화가 전세계로 확산되는 현상은 나비효과의 전형인 셈이다.

나비와 연관지은 동서양의 두 시각은 요즘처럼 혼란스런 세상을 이해하는 데 쓸모가 있다.

"나는 항상 옳다"는 아집은 제각기 나비 꿈을 꾸는 데서 비롯된 것은 아닌지,물색없는 정치인들의 부적절한 발언이 빈사 경제에 나비효과를 일으키는 것은 아닌지….

9월의 문턱이다.

올해도 벌써 3분의 2가 흘렀다.

별로 한 것도 없이 가을을 맞는 심경이 착잡하다.

이번 주에는 경제를 반추해 볼 일정이 많다.

우선 정기국회 개회(9월1일)를 앞두고 열린우리당 주관 경제살리기 대토론회(30일)가 눈길을 끈다.

정쟁·코드·갈등 대신 정말 경제를 살릴 생산적인 토론을 기대해본다.

1일에는 올해 세제개편 방향을 심의할 세제발전심의위원회가 열린다.

정부가 부동산 관련 세제를 어떻게 손질할지 주목된다.

주택정책심의위원회(2일)에선 지정된 주택거래신고지역 가운데 일부 동(洞)을 풀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8월 경기를 가늠할 경제지표로 △소비자물가 △기업경기조사(한국은행) △수출입실적이 1일 한꺼번에 발표된다.

물가상승률은 4%를 넘기고 기업 체감경기는 더 나빠진 것으로 관측되지만 수출은 여전히 2백억달러대의 호조가 점쳐진다.

국민은행 변칙회계 논란과 관련해서는 금융감독당국과 국민은행 간 미묘한 줄다리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이헌재 경제부총리는 APEC(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재무장관 회의(칠레) 참석차 자리를 비운다.

이 밖에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미국 방문(30일)이 주목된다.

자이툰부대 본진의 이라크 파병 이후 한미공조를 재점검하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경제부 차장 oh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