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자본의 해외 유출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떠오르고 있는 가운데 금융감독당국이 이를 제대로 감시하지 않은 은행들에 무더기로 과태료 처분을 내리기로 해 금융계가 긴장하고 있다.

과태료가 부과될 경우 해당 은행들은 자금세탁방지법을 잘 지키지 않는 곳으로 간주돼 해외 차입이나 환거래 계약 등에서 불이익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

29일 정부와 금융계에 따르면 금융정보분석원(FIU)은 최근 조흥은행과 한미은행이 '특정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정금융거래보고법)'에 규정돼 있는 '혐의거래보고 의무'를 위반했다며 과태료 부과 방침을 통보했다.

자금세탁방지법안이 도입된 2001년 11월 이후 금융회사가 보고 누락으로 과태료를 부과받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FIU는 두 은행이 자금 세탁이나 탈세 목적으로 의심되는 수십건의 증여성 해외송금에 대해 혐의거래 보고를 하지 않아 법률을 위반했다고 지적했다.

현행 특정금융거래보고법상 금융기관은 △특정 범죄의 자금 세탁과 관련된 혐의거래 또는 외환거래를 이용한 탈세 목적의 혐의 거래로서 △원화 5천만원,외화 1만달러 이상인 거래내역은 모두 FIU에 보고해야 한다.

이를 지키지 않으면 누락 건당 5백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된다.

FIU 관계자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해당 은행들에 대한 검사에서 위법 사실을 적발,과태료 처분을 내려달라고 요청해 왔다"며 "조흥 한미은행 외에 다른 시중은행들도 현재 진행 중인 검사가 끝나는 대로 과태료 부과 요청이 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은행들은 조흥 한미은행의 과태료 처분이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판단,공동 대응에 나섰다.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연일 대책회의를 갖고 있으며 최근 FIU에 과태료 부과 방침을 철회토록 요구하는 의견서도 제출했다.

은행 관계자는 "보고누락 사례들 대부분은 송금 금액이 크다는 점 외에는 별 특이점이 없는 정상 거래들이었다"며 "과태료 부과는 무리한 법해석"이라고 주장했다.

금융계 관계자는 "혐의거래 보고의무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받은 은행은 투명성을 의심받아 국제 금융시장에서 거래 기피대상으로 전락한다"며 "이 경우 외화 차입 등 국제 거래에서 큰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