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노동계가 급변하고 있다.

단축 일변도였던 근로시간이 다시 늘어나고 있고 임금을 감축 또는 동결하는 등 사용자측의 요구가 전폭적으로 수용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유럽을 비롯한 세계 노동운동이 좌파적 이념을 버리고 실용주의화되는 현상의 하나로 평가하는 분위기다.

29일 세계 노동계의 동향을 정리한 국제노동재단 자료에 따르면 최근의 가장 큰 변화는 우선 노동시간 연장이다.

올해 초 독일에서 시작된 근로시간 연장이 전체 유럽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는 것이다.

독일에서는 지멘스 다임러크라이슬러에 이어 이미 60여개 사업장이 지금까지의 주 35시간제를 포기하고 근무시간을 5시간 늘린 주 40시간 근무제에 합의했다.

근로시간은 늘렸지만 임금 총액을 동결했기 때문에 시간당 임금은 결과적으로 10% 이상 오히려 줄어들었다.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도 근로시간 연장에 잇달아 동참하고 있다.

프랑스는 기업별로 주 35시간 근로제를 주 36시간으로 1시간 늘리고 있고 스위스는 주 41.7시간에서 주 42시간 이상으로 근로시간을 늘리는 방안을 놓고 노사 협상을 갖고 있다.

강성 노동운동의 본거지였던 유럽 노동계가 이처럼 변하고 있는 것은 역시 장기적인 경기침체와 유럽연합(EU)의 확대 등 경제환경의 변화 때문이다.

EU가 동유럽 10개국을 새로 회원으로 받아들이면서 서유럽 대기업들이 연이어 중·동부 유럽으로 이전하는 등 노동 환경이 전면적으로 개편된 결과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