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불량자가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헌재에서 새로 법을 만들어서라도 이에 대한 대책을 세워야 되지 않나요"

"아파트에서 강아지 키우는 사람때문에 죽겠어요. 헌법소원으로 해결할 수 있나요."

헌법소원 사건이 급증하고 있다.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과 신행정수도 특별법 헌법소원 사건 등으로 헌법재판소의 "존재"가 부각되면서 국민의 기본권과 관련된 각종 법적 시비를 가릴 최후 보루라는 헌재의 역할이 간접적으로 홍보됐기 때문이다.

그러나 헌법소원 중 상당수는 기본요건도 갖추지 못한 것이어서 일부에선 우리 사회에 '무조건 헌재에 기대보자'는 식의 '헌법소원 만능주의'가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사건신청·상담 증가추세=29일 헌법재판소에 따르면 올 들어 지난 7월까지 접수된 헌법소원 사건은 7백8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백10건)보다 16% 늘었다.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지난 3월에는 월간 사상 최대치인 1백30건이 접수되기도 했다.

상담도 크게 늘고 있다.

헌재 민원실의 한 직원은 "탄핵심판사건 이전 하루 10여건에 불과하던 각종 문의 전화와 상담방문이 하루 최고 1백여건에 달할 때가 있다"며 "대통령 탄핵사건 등을 계기로 헌재의 존재가 일반에 알려지면서 스스로 억울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헌재에 의지해 보려는 심리가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일단 내고보자'식도 많아='무조건 내고 보자'는 식의 헌법소원도 함께 늘고 있어 '업무 폭주' 등의 문제점도 나오고 있다.

정작 '중요' 사건에 집중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올 1~7월까지 청구시한을 넘겼거나 대리인(변호인) 불선임 등의 기초적인 요건을 지키지 않는 등의 이유로 각하된 사건이 전체 처리사건의 54%로,지난 98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헌재 관계자는 "신용카드 채권 추심원들의 횡포를 막겠다며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거나,심지어 가출한 남편을 찾아줄 수 없느냐는 황당한 사례도 있다"며 "어떨땐 헌재를 '해결사'쯤으로 생각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진단=전북대 송기춘 교수(헌법학)는 "일단 헌재에 대한 신뢰와 법의식의 확대라는 점에서 사건증가는 긍정적"이라면서도 "그러나 애초 정치적 이슈를 법적 판단의 형식으로 해결하려는 정치권의 이해로 헌재가 세상 밖에 알려지다 보니 기본권 문제 해결을 모두 헌재에 의지하려는 왜곡된 경향이 생긴 것 같다"고 말했다.

헌법학 박사인 황도수 변호사는 "신속한 사건 처리를 통해 좀더 중대한 사안에 집중하기 위해선 헌재의 인력 충원이 필수"라며 "이와 함께 단독 재판관이 각하될 만한 사건을 미리 추려내도록 하는 1인 심리시스템 도입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관우·정인설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