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고의 비용을 들여 개최된 2004 아테네올림픽이 마지막날까지도 말썽을 멈추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

금지약물을 투약한 선수들이 줄줄이 적발돼 퇴출됐고 갖가지 판정시비가 일어나대회를 또다른 `싸움'의 장소로 변모시킨 데 이어 관중이 마라톤 레이스에 뛰어들어 선수의 경기를 방해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생겨났다.

그리스의 육상영웅 코스타디노스 케데리스가 개막 하루 전날 도핑테스트를 회피하려 했다는 혐의를 사면서 물의를 일으키며 시작된 약물파동은 역도 선수 10여명이금지약물 투약 사실이 적발돼 자격이 정지되는 사태로 번졌다.

남자 역도 동메달리스트 레오다니스 삼파니스(그리스)는 대회 첫 메달 박탈의불명예를 안았고 그를 포함해 모두 10명이 약물 추문에 휘말려 플랫폼을 밟아보지못하거나 경기 후 징계를 받았다.

육상이 시작되면서 약물파동은 기세를 더해 금메달리스트가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여 메달을 빼앗기는 사태까지 생겼다.

고대올림픽 원형 재연 이벤트로 열린 여자 포환던지기 우승자 이리나 코르차넨코(러시아)의 금메달 박탈에 이어 남자 원반던지기 금메달리스트 로베르트 파제카스(헝가리)도 약물검사 과정에서 부정행위가 발각됐다.

높이뛰기의 알렉세이 레스니치(벨로루시)도 도핑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하고 쫓겨났고 세단뛰기 챔피언 프랑수와 음방고(카메룬), 400m 안톤 갈킨(러시아)도 금지약물 양성반응을 보였다.

심판판정을 둘러싼 잡음은 약물 파동의 수위를 초월, 세계 관중들의 올림픽에대한 환멸을 불러올 정도였다.

남자 기계체조 개인종합에서 동메달을 딴 양태영(경북체육회)은 심판의 오심으로 금메달을 빼앗겼다는 판정이 받았고 이에 따라 심판 3명이 자격정지를 받아 올림픽 무대에서 퇴출되는 볼썽사나운 사건이 터져나왔다.

남녀 기계체조를 불문하고 꼬리에 꼬리를 무는 판정 시비 속에 전.현직 선수 및지도자들은 이해관계를 두고 또다른 물밑 `올림픽'을 벌였고 경기장을 찾은 관중조차 이에 염증을 느껴 심판에 야유를 퍼부으며 경기를 중단시키는 진풍경까지 연출됐다.

펜싱 남자 플뢰레 단체전 결승에서도 판정시비가 일어 메달 색깔이 뒤바뀌고 심판 1명이 자격을 정지당한 가운데 이탈리아 고위 공무원과 국제펜싱연맹 회장간에막말이 오가기도 했다.

승마도 판정시비 속에 순위가 뒤바뀌었고 이를 둘러싸고 독일, 프랑스, 영국,미국의 국가올림픽위원회가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서로 힘을 겨루는 볼썽사나운모습이 터져나왔다.

마지막날에는 모든 분란을 접고 엄숙한 폐막식이 치를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그마저도 좌절됐다.

아일랜드 출신 광신도가 `올리브관'을 꿈꾸며 선두를 달리는 마라토너를 밀쳐넘어뜨려 좌절시키는 사건이 터져나오면서 세계 관중은 `역시나'를 되뇌일 수 밖에없었다.

경기장 코앞에 패트리어트 미사일 발사대를 세우고 아테네 곳곳에 화학물질 센서, 감시 카메라를 설치하는 등 15억달러의 비용을 들인 보안이 마지막날 치마입은광신도에 뚫린 것처럼 2004아테네올림픽은 마지막까지 말썽을 빚으며 힘겹게 막을내렸다.

(아테네=연합뉴스) 특별취재단 ja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