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부인 고영희씨의 사망설이 점점 무게를 더해가면서 김 위원장의 여러 아들과 그들을 둘러싼 후계체제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현재 김 위원장의 후계자로 주목을 받고 있는 김 위원장의 아들은 모두 3명으로고(故) 성혜림씨 사이에 태어난 정남(33)씨, 고영희씨 사이에 태어난 정철(23)씨와 정운(20)씨 등이다.

30일 대북 소식통들에 따르면 이들 세 아들은 스위스 베른 소재 국제학교와 제네바종합대학 등 해외에서 나름대로 최고의 엘리트 교육을 받았으며 북한내에서는 학교를 거의 다니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장남인 정남씨는 한 때 부친의 사랑을 독차지 했으나 고씨 사이에 아들이 태어나면서 김 위원장으로부터 멀어졌으며 현재는 노동당 서기실 직원의 직함을 갖고 주로 해외에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정남씨는 2001년 5월 초 위조여권을 갖고 처 신정희와 네살난 아들 등과 함께 일본에 불법 입국하려다 추방되면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정남씨는 북한의 정보산업에 적지 않은 기여를 했으며 개방적인 사고에 정치적 감각과 국제적인 마인드도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정남씨의 어머니 성씨는 영화배우 출신으로 월북 작가 리기영씨의 장남 리 평씨와 결혼해 딸을 낳았으나 60년대 말 문예부문을 지도하던 김 위원장의 눈에 들어 전남편과 이혼하고 김 위원장과 동거했다.

성씨는 정남씨를 낳은 뒤 당뇨 등 지병으로 러시아에 주로 머물면서 치료를 받다가 2002년 5월 모스크바에서 당뇨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정남씨의 권력 승계와 관련해 전문가들의 주장은 엇갈리고 있다.

일부에서는 고씨의 사망으로 인해 김 위원장의 아들 3명이 모두 어머니를 잃은 만큼 정남씨의 후계자 지명 가능성이 그만큼 높아졌다고 분석하고 있다.

이와는 달리 정남씨의 태생적 한계, 즉 이혼녀로 전 남편에게서 딸까지 낳은 정남씨의 어머니 성씨를 유교적이고 보수적인 문화전통이 강한 북한에서 국모로 내세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고씨의 소생으로 김 위원장의 차남인 정철씨와 삼남 정운씨는 현재 북한에서 특별한 직책을 갖지 않고 김 위원장의 군부대 시찰 등을 동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철씨와 정운씨 중 하나가 후계자가 될 것이라는 일부 전문가들의 주장은 이들이 김 위원장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데다 고영희씨가 사실상 북한의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한 점을 꼽고 있다.

김 위원장의 요리사를 지냈던 일본인 후지모토 겐지(藤本健二)씨는 자신의 수기에서 정운의 후계 가능성을 유력하게 거론하면서 김 위원장과 여러모로 닮은 그를김 위원장이 가장 마음에 들어 한다고 증언했다.

일부 소식통들은 1990년대 말 북한에서 농구 붐이 일어나고 세계최장신 농구스타 리명훈의 미 프로농구 진출 시도도 정철ㆍ정운씨의 농구사랑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정통한 대북 소식통들은 세간의 주장과 달리 김 위원장이 아직까지 후계자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어 세 아들 중 후계자가 나올것인지, 또 아들이 후계자가 될 경우라도 누가 후계자가 될 지는 미지수라고 분석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