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은 분배와 균형발전을 강조하는 참여정부의 정책과 곳곳에서 부딪치고 있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 도입,부동산 보유세 인상,종합부동산세 신설,종합토지세(기초단체세)와 담배소비세(광역단체세)교환 등 현정부의 부동산정책들은 하나같이 강남지역과 민감한 이해관계에 있다.

정부의 재산세 인상에 반발,지방자치단체 자체 권한으로 재산세를 끌어내린 것을 필두로 중앙정부 "규제"에 맞서고 있는 권문용 강남구청장(61)을 지난 26일 구청장 집무실에서 만났다.

권 구청장은 지난 1995년 강남구의 초대 민선 구청장으로 선출된 이후 내리 3선하며 9년째 강남구를 이끌고 있다.

전국 시장.군수.구청장 협의회의 대표회장도 맡고 있다.

-지방분권이 참여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데 세부 정책에서는 지자체와 부딪치는 경우가 적지 않은 것 같다.

"말로는 지방분권하자는데 실제 밑바닥에서 돌아가는 내용은 잘 모르는 것 같다.

어떤 것은 오히려 거꾸로 가고 있다.

대표적인 게 종합부동산세(종부세) 같은 것이다.

기초단체는 세원이 부족해 공무원 봉급도 충당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은데 기초단체 세금의 일부를 또다시 국세로 가져가겠다는 게 말이 되느냐.중요한 지방정책에 대해서는 정부 핵심 브레인들이 일선 지자체와 사전에 보다 많은 의견을 나눠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입장에서 정책을 만들 수 있다."

-강남은 부동산 가격 급등의 진원지로 꼽혀왔고 참여정부는 '분배정의 구현' 차원에서 재산세 중과 등 부동산시장을 규제하는 정책을 펴고 있다.

처음부터 의도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정부의 각종 정책들이 강남을 겨냥하고 있는 형국이다.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주택거래허가제 등 규제책으로는 강남 집값을 잡는 데 한계가 있다.

주택도 하나의 상품이다.

강남 집값 상승도 수요는 많고 공급은 적어서 생기는 문제다.

따라서 공급 확대 정책을 써야 한다.

재건축을 규제하기보다는 적극적으로 추진하면 강남 송파 서초 강동구 등 범 강남지역에서 10만가구의 아파트를 더 공급할 수 있다.

부동산 규제가 시작되면서 당장 재건축 아파트 등의 값이 떨어지고 있어 정책의 효과를 보는 것 같지만 올해 주택 공급 규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알고 있다.

이런 식으로 향후 3∼4년간 공급 부족이 쌓이면 큰 화근이 될 수 있다."

-강남 집값이 다른 지역에 비해 많이 뛴 것은 사실이고 그 결과 '강남북 불균형''자산 불균형 심화' 등 문제점도 많이 나타나고 있는데.

"집값이 폭등한 것은 중산층이 살고 싶어하는 중형 아파트 공급을 늘리지 않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본다.

국민소득이 높아지면서 강남과 같은 수준 높은 도시에 위치한 집 수요가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데도 정부는 강남 재건축이나 강남을 대체할 도시 육성을 게을리했다.

특히 서울시는 재건축을 일시에 추진하면 전세 대란이 일어난다며 7∼8년씩 붙잡아두고 있다.

90년대 초반 분당 일산신도시 건설 이후 10여년 동안 제대로 된 도시가 공급된 적이 없다.

정부는 '품질'을 무시하고 주택물량 공급에만 치중한 나머지 준농림지 난개발을 허용했고 그 결과 수준 낮은 주택단지들만 양산돼왔다.

정부는 또 분당 일산 등지에 고교평준화를 강행,신도시로 이사갔던 사람들까지 'U턴'하면서 강남 집값이 더욱 뛰었다."

-강남 재건축 활성화가 집값 안정에 도움이 된다고 하지만 재건축은 기존 아파트를 없애고 새로 짓는 것이기 때문에 공급효과가 기대 이하라는 지적도 있다.

"그건 모르는 소리다.

현재 재건축 대상 아파트는 10평형대가 많다.

여기에 살고 있는 사람은 상당수가 단기간 거주 목적으로 월세나 전세로 들어와 있다.

강남에서 장기간 살고 싶어하는 실수요자가 아니라는 얘기다.

따라서 재건축을 통해 이들 10평형대가 30평형대 아파트로 바뀌면 실수요자에 대한 주택 공급 확대효과를 갖게 된다."

-서울 자치구간 재정 격차 해소를 위해 여당이 기초단체세인 종토세와 광역단체세인 담배소비세를 맞교환하는 방안을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할 예정인데.

"종토세와 담배소비세의 교환은 오히려 지자체 재정을 악화시킬 뿐이다.

지난해 서울시내 25개 자치구가 걷은 종토세는 1조원이고 서울시가 걷은 담배소비세는 그 절반인 5천억원선이다.

그런데 두 세금을 맞교환하면 자치구의 세원은 그만큼 줄어들게 된다.

장기적으로는 더욱 나쁘다.

종토세는 과표 현실화 등을 통해 꾸준히 늘어나는 반면 담배소비세는 흡연 인구 감소로 줄어드는 추세다.

자치구간 균형도 좋지만 중국 상하이 홍콩 등지와 동북아 주요 도시들과 경쟁해야 하는 상황에서 전체 세원 규모를 줄이는 방식의 평준화는 바람직하지 않다."

글=김호영·김철수 기자 kcs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