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많은 돈이 들어가는 미국의 전당대회는 사실상 기업 돈으로 치러지고 있다.

30일 뉴욕에서 개막한 공화당 전당대회를 위해 기업들이 기부한 돈은 7천만달러(8백40억원 상당)를 넘은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77개 기업이 직접 기부했다.

씨티그룹 코카콜라 타임워너 버라이즌 등이 주도했다.

특히 씨티그룹의 샌디 와일 공동 회장,골드만 삭스의 헨리 폴슨 회장,기업인수전문 회사인 콜버그 크래비스 로버츠의 헨리 크래비스 회장과 그의 부인인 마리 조시 크래비스 허드슨 연구소 선임연구원 등의 활약이 컸다.

기업들이 낸 돈으로 이번 전당대회에 들어가는 비용 중 60%를 충당했다.

1992년만 해도 전체 비용 중 기업에서 직접 나온 돈은 14%에 불과했다.

당시에는 기업들이 낼 수 있는 돈에 제한이 있었다.

그러나 연방선거위원회가 94년 전당대회에 한해 기부금 상한선을 폐지하면서 기업들의 기부가 급증하고 있다.

기업이나 노조가 무제한으로 선거자금을 낼 수 있었던 이른바 '소프트 머니'는 최근 없어졌지만 전당대회는 아직 무풍지대다.

기업들의 기부가 없으면 전당대회를 치르기가 어려울 정도로 비용이 만만치 않은 것은 사실이다.

공화당은 맨해튼의 실내 스포츠 구장인 매디슨 스퀘어 가든을 나흘간 빌리는 데 5백만달러를 치렀고 인근에 있는 옛 우체국 건물을 프레스 센터로 쓰는 데 4백50만달러를 지불했다.

컴퓨터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5백만달러,건축비용으로 1천5백20만달러가 들어갔다.

기업들은 전당대회를 치를 수 있도록 직접 기부하는 것 외에 주요 의원과 대의원을 위한 대규모 파티도 연다.

전당대회 기간 중 열리는 파티만 해도 1백건이 넘는다.

공화당 의장을 맡고 있는 데니스 해스테트 하원의원(일리노이주)의 인기가 제일 높다.

해스테트 의원은 GM,경제전문지 포브스,록히드 마틴,모토로라,법무법인 애이킨 검프,유니온 패시픽,SBC 커뮤니케이션스 등의 초대를 받았다.

선거자금연구소의 스티븐 와이즈맨 부소장은 "연방선거위원회가 전당대회 기부제한을 없앤 것은 실수였다"며 "느슨한 구멍을 막을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당은 비용을 외부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기업은 로비 창구를 필요로 하는 상항이어서 값 비싼 전당대회를 기업 돈으로 치르는 관행은 없어지기 어려울 것 같다.

뉴욕=고광철 특파원 gwang@hankyung.com